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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시룡 교수의 끝나지 않은 생명 이야기
  • 박시룡
  • 13,050원 (10%430)
  • 2021-06-15
  • : 92

 

 

20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박시룡 교수의 끝나지 않은 생명 이야기>(박시룡 글 그림, 곰세마리, 2021)

 

 

책을 읽는 도중 소개하고 싶어 안달복달할 때가 있다. <박시룡 교수의 끝나지 않은 생명 이야기>(박시룡 글 그림, 곰세마리, 2021)가 그랬다. 왜, 재미있으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책을 꾸준히 읽게 하는 요소는 무엇보다 ‘재미’이다. 재미가 있어야 책을 계속 읽는다. 인류가 사는 이곳에는 책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2019년 독서실태조사에서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첫 번째가 책 외 볼거리가 많다는 거였다. 재미가 없다면 읽던 책도 손에서 놓게 된다. 물론 목적에 의한 독서라면 또 다르겠지만 말이다.

<박시룡 교수의 끝나지 않은 생명 이야기>는 동물행동학자이자 늦깎이 화가로 자신을 소개한 저자의 동물행동과 인간 사회에 대한 탐구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박쥐, 괭이갈매기, 휘파람새, 바다거북, 코끼리, 황새 등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어찌보면 방대하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동물의 의사소통, 사랑, 환경적응, 사회생물학적 행동 양식에 초점을 맞춰 풀어낸다. 책은 총 3부로, 1부에서는 동물들의 사생활로 행동 양식을 소개하고, 2부는 동물의 집단행동이나 공생의 규칙을 만들어 가는 동물들의 사회생활을 다룬다. 3부는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현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20년 지구촌 전체를 강타한 COVID-19는 인류를 혼란에 빠트렸다. 이제 마스크는 인류에게 필수품이 되었다. 마스크를 하지 않고 집을 나서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지금 백신을 맞고 있지만 COVID-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하다. 이처럼 21세기 주요 감염병을 일으키는 근원 중 하나가 박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박쥐는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11쪽)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바이러스를 일으키는 박쥐가 어찌 유익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를 두고 저자는 오히려 인간이 박쥐에게 유해한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은 박쥐와 같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식재료로 삼는 등 공생의 관계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무분별한 개발만을 좇는 인간의 탐욕이 박쥐와 인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을 뿐이다. 신종인수공통바이러스는 인간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COVID-19는 인류를 혼란에 빠트리기도 했지만, “지구 온난화와 자원 낭비 문제에 대해 인류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면”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저자는 “동물행동을 탐구하는 일은 생물학자들만의 일은 아니다”(235쪽)라고 한다. 인류는 환경이 오염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다양한 생물을 살리는 일이며,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사는 길이기도 하다.

 

 

 

 

동물들의 행동은 갖가지 다양한 자극과 그에 대한 반응의 연속이다. (30쪽)

 

 

책에 언급되는 동물들의 다양한 행동양식은 흥미롭다. 사투리를 사용하는 휘파람새, 각인 행동에 의해 종이 다른 코끼리거북에게 사랑을 느껴 구애 행동을 하게 된 수컷 공작새, 수컷 실잠자리의 정자 경쟁 등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정보의 상식을 넘어선다. 호르몬에 의한 성전환으로 공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물들도 있다. 성전환자를 둘러싼 오해와 비난을 서슴지 않는 인류가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지 않을까. 나는 소수자의 고통을 비정상이라고 낙인찍고 있지는 않은지. “언제나 인간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인간 자신.”(110쪽)이라는 말처럼 또 다른 인류를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위협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황새들은 200년 후에도 이 땅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224쪽)

 

저자는 멸종위기종인 황새의 서식지 복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는다. 생태학에서 개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하나의 개체에게 일어난 일이 그 종 전체에 미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는데. 하지만 극소수밖에 남아 있지 않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희귀종의 경우 한 개체의 운명은 그 종 전체의 생사, 존립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황새를 비롯한 여러 생물들이 농약 중독, 전신주 감전사, 낚싯줄 사고 등으로 허무하게 죽어가는 현실의 문제를 그저 방관만 할 수 없는 이유이다. 200년 후, 황새들은 이 땅에 살아남아 있을까. 저자가 던지는 이 질문은 인류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문제이다. 어쩌면 이는 곧 인류의 존재 여부와 같을 수도 있지 않을까. 황새가 살 수 없는 땅은 인류도 살 수 없을테니 말이다.

책은 동물들의 행동양식과 사회생활의 정보 전달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류의 삶과 연결해 인문학적 사유를 하게 한다. 대량사육과 전염병과의 관계, 코끼리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 외다리 괭이갈매기의 숭고한 사랑 등에서 인류는 자신의 삶의 태도를 마주한다. 해서 책은 문학만큼이나 뭉클하기도 하고 인문적 사유로 삶을 들여다보게도 된다. 이는 저자가 실제로 연구하고 탐구했던 진솔한 이야기여서는 아닐지. 책은 재미와 의미 모두를 담고 있다. 그러니 어찌 읽다가 손에서 놓겠는가. 환경교육도서 선정작이기도 한 이 책을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인류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 한 권 읽었다고 삶의 태도가 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인간의 손길이 없어야 야생동물이 오히려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 인류가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도.

아, 이 책은 부케처럼 군데군데 실린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처음에 소개했듯 저자는 늦깎이 화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박시룡 교수의 수채화 그림과 끝나지 않은 생명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자연은 있는 그대로일 때 가장 자연스럽다. 인간의 손길이 없어야 야생동물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46쪽)

자연은 있는 그대로일 때 가장 자연스럽다. 인간의 손길이 없어야 야생동물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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