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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면지부터가 회색입니다.
면지를 넘기면 먹구름이 무겁게 내리누르는 듯한 그림으로 시작하는데요.
그림책 한 쪽 귀퉁이에 있는 받아쓰기 공책은 민호 것인가 봅니다.
민호의 받아쓰기 공책에도 소나기가 내렸네요.
받아쓰기 0점을 맞은 민호는 소나기가 그친 후에도 마음이 먹구름입니다.
소나기가 그치고 물웅덩이에 떠 있는 조각구름조차 마땅치 않아 자꾸만 흩뜨리는데요.
그러는 사이 동생 민지가 기다리는 민호에게로 다가옵니다.
그림책은 민지와 민호의 마음을 색깔로 표현하는데요.
민지를 노랑과 빨강으로 표현하는 반면 민호는 내내 흑백입니다.
그림책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민호도 색깔 옷을 입을까요.
가뜩이나 우울한데 머피의 법칙인가요.
지나가는 자전거가 물웅덩이를 첨벙, 민호 옷이 다 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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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집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소나기가 내린 자신의 받아쓰기 공책을 보고 엄마는 뭐라고 할까요.
민호는 민지한테 잠시 쉬었다 가자고 합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바람이 휘이익 불어옵니다.
앗! 차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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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는 물방울이 떨어진 곳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오빠, 저것 좀 봐. 하늘이 하트 모양이야.
민지는 참으로 긍정 아이콘입니다.
머리가 젖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하트 하늘을 집에 가져가
엄마 원피스에도 달아 주고, 할머니 집에 갈 때 하트 하늘을 생생 타고 갈 궁리까지 하는 걸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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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한 민지와 민호.
큰 소리로 학교 다녀왔다고 외치며 들어가는 민지와 달리 민호는 계속 우울합니다.
휴, 한바탕 소나기가 내렸네.
엄마는 민호의 시험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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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요?
소나기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 신나게 놀면 되죠!
옆에서 듣고 있던 민지가 소나기가 내릴 때면 어떻게 하라고 처방을 내려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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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민지와 민호의 마음을 대조해서 보여줍니다.
우울한 민호의 마음은 긍정의 화신인 민지로 인해 밝아지는데요.
그림책은 이를 색깔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밝은 노랑과 빨강을 주 색깔로 민지를 표현한다면, 민호는 내내 흑백이지요.
그리고 민지의 긍정의 영향을 받는 시점에 민호의 옷 색깔도 컬러로 바뀌는데요.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때로는 민호처럼 소나기가 내릴 때도 있지요.
소나기가 내리면 우울합니다.
왜 내 삶에만 이렇게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거야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소나기가 쏟아진다고 마냥 한탄하고 우울해할 수는 없잖아요.
소나기는 세차게 쏟아지다가 그치는 비에요.
몇 날 며칠 내내 내리는 비가 아니라는 거죠.
민지가 말한 것처럼 소나기가 내리면 우산을 쓰고 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요.
내 삶의 소나기를 만났을 때 우산을 쓰고 놀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맞아야 할 소나기라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답일 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