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에게 주고 싶은 세계의 인형
정은주 글/ 박지윤 그림 / 노란돼지
괜시리 마음 답답하고 무료한 날엔 책장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는 그림책을 꺼내봅니다. 방구석 세계여행을 떠나듯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재미도 느끼고 과거 기억도 떠올라 새로운 이야기로 다가오거든요. 그림책 그 자체로도 사랑스러움과 볼거리 가득한 세계 인형 이야기라니, 표지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책 한 권에 여러 나라의 인형이 소개되었어요. 4가지 주제로 나눠어 인형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지만 이 세계지도 페이지를 보며 눈길이 머무는 인형 이야기부터 시작해도 좋겠지요.

저의 첫번째 픽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인형 안에 인형들을 품은, 사랑스러운 의상과 채색의 인물 인형도 매력적이지만 사실 이 마트료시카는 하나, 하나, 꺼내볼 때마다 점점 작아지는 인형을 만나는 재미이지요. 귀엽고 소중한 맨 끝의 꼬마 인형.
인형 안에 몇 개의 인형이 들어가있나에 따라 그 인형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고 해요.
그런데, 저의 눈길을 끌었던 사실은(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러시아 전통 민속인형이라고 생각했던 이 마트료시카가 사실은 일본의 목각 인형에서 유래된것이라고 해요.
이때 떠오르는 궁금증.
그럼 일본 목각 인형, 후쿠로쿠주는 어떤 인형일까?
찾아봤더니...(책을 읽다보면 절로 피어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 사실 우리가 지식그림책을 읽게 되는 재미, 지식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권하는 이유 중 하나이죠. )

일본에서 숭배하는 복을 주는 7종류의 신 중 후쿠로쿠주(福禄寿, 복록수)모습입니다. 복과 녹(수입, 재물),수명을 담당하는 신이라고 해요. 콘헤드를 연상케하는 유달리 긴 머리통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 모습의 후쿠로쿠주를 모델로 러시아에서는 러시아인의 일상 모습을 담아낸 전통인형으로 변모합니다.
러시아 전통의상 사라판을 입고 머리엔 스카프를 두른 여자, 인형의 이름도 러시아에서 많이 사용되는 여자 이름인 마트료야((Matryona)에서 따온 마트료시카로 변모했다고 하니, 청출어람이라고 해야하나요?아님 탱자와 유자를 떠올려야하나요. 이처럼 한 나라의 인형에는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갑니다.
(사실, 예전에 교토 여행을 갔다가 역사가 오래된 마트료시카 공방 구경을 했었거든요. 아기자기 사랑스러운 인형들 사이에 딱 저런 모습의 마트료시카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어서, 이 집 주인장의 취향인가, 참 독특하시네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원조집의 포스였군요;;;;)
지금의 마트료시카는 러시아의 전통인형의 모습을 뛰어넘어 정치인, 유명인 모습을 하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마트료시카 DIY키트도 있어서 나만의 인형도 만들어볼 수 있더라구요. 아이들의 성장 앨범처럼 마트료시카 인형을 만드는 분도 계시던데 아주 특별한 나만의 인형이 되겠지요.
러시아의 마트료시카 인형이 일본에서 왔다고 하니, 두번째는 일본으로 훌쩍 떠나봅니다.

초밥 먹으러가면 식당 카운터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까딱까딱 인사하는 고양이 마네키네코 네요. 일본 여행을 하다보면 식당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곳에서 만나게 되더라구요.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했더니 "행운의 상징'이 된 재미난 사연을 갖고 있더라구요.
저희 집에도 일본에서 온 마네키네코가 한 마리 있는데요. 요 녀석은 흰색, 왼발을 들고 있어요. 어떤 고양이는 오른발을 들고 있는데, 고양이가 들고 있는 왼발, 오른발도 차이가 있을려나? 왼발은 손님을 불러오고, 오른발은 돈과 행운을 불러온다고 해요. 앗, 다음엔 오른발을 들고 있는 고양이를 데려와야겠어요. 고양이의 색깔에 따라서 의미도 달라진다고 하고요.
이 책엔 단순히 인형을 소개한다라기 보다 그 인형이 그 나라에서 태어나게 된 배경(재료가 쓰이게 된 자연환경, 역사적 배경, 문화적 의미...)을 보여주고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인형으로 사랑받게 된 전반적인 이야기도 들려준답니다.
그 과정에서 그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더라구요.
이번엔 사람모양의 인형을 보자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인형만 있을 것 같은데, 고단한 삶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인형도 있어요.

이 인형은 호주에서 여러 농장을 떠돌며 양털 깍는 일을 하던 사람들 모습을 담아낸 스웨그맨(swagman) 인형입니다. 등에는 돌돌 만 침낭을 매고 목에는 식량자루를 걸고 있지요.
1850년대 호주에서 최초로 금광이 발견되면서 유럽 사람들이 호주로 몰려들고, 일거리를 찾아 단촐한 짐을 지고 호주 전역을 전전하며 농장에서 양털 깍는 노동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이 둘둘 말아 등에 진 침낭을 스웨그라 합니다. 그런데 코르크 마개가 달린 모자가 굉장히 특이합니다.
왜 이런 모양새인가 했더니 양털 깎을 때 달려드는 파리를 쫓기위한 생활의 지혜였던 것이지요.
(생활의 지혜라 생각했는데 호주 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정도가 아니군요. 흡혈파리로 무는게 아니라 물어뜯는다고;; 엄청난 가려움과 상처가 짓무르고 진물도 나고 흉터로 남는다고 해요.)

19세기에 양모 산업은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호주의 제1 산업이었습니다. 1800년~1900년대 호주 전역에서 고생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인형에 담아내고 그들을 기억하게 하는 인형, 보통 호주 기념품 인형을 생각하면 캥거루와 코알라 인형을 떠올리는데 호주의 역사를 생생히 담아내고 있는 스웨그 인형도 기억을 해야겠어요.
거기에 책 읽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까지 있어요.


과테말라의 걱정인형과 피노키오, 돈키호테 인형,호두까기 인형까지...
책 읽는 사람이라면 인형들을 보는 순간 읽고 싶은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를 듯해요.
가만히 방안에 앉아서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의 관심사까지 함께 하는 듯한 기분
책 한 권에 알차게 담겨져 있답니다.
마지막 궁금증, 그럼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인형으로 어떤 인형을 소개하고 있을까요?

친근하고 푸근한 인상의 사람들.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피어나는 닥종이 인형입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어느 집을 가던지간에 만나볼 수 있는 익숙한 인형들이 있었지요.
여러분의 기억 속엔 어떤 인형이 남아있나요?
신혼집을 장식하던 신랑 신부 인형도 생각나고 못난이 3형제 인형도 생각나고요.
그런데 진짜 저 못난이 3형제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일까요? 그 뒷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사물들의 역사...이런 류의 이야기도 있다면 참 재미있을거 같아요.)
추운 겨울, 어린이 친구들과 이야기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나는 재미난 책 한 권과 즐거운 세계여행을 떠나보세요. 세계 문화와 역사 이야기는 덤으로 따라온답니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