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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북의 책이야기
  • 저녁이면 눈 냄새가 난다
  • 사라 스트리츠베리
  • 13,500원 (10%750)
  • 2025-03-01
  • : 4,415

사진을 찍다가 '하아, 이 책 사진찍기도 쉽지 않네. 마치 책 속 이야기같아.'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이면 눈 냄새가 난다>라는 시적인 제목속에, 눈 냄새 라는 단어, 딱 그 느낌 알거 같아, 눈이 내리기 전 겨울날 공기의 온도. 춥지도 않고 어둑어둑하지만 무언가 안온한 뿌연 날씨. 그 분위기처럼 오일 크레용으로 그려진 그림 역시 묘하게 색감이 뭉개져 있다.


무광 표지에 제목에는 실버 그레이, 은분이 처리되어 있는데 표지 그림과 색감처럼 묻혀있다가 햇살에 이리저리 각도를 바꿀 때에만 반짝인다. 마치 독자와 숨바꼭질하는 것처럼.

그림책 내내 숨바꼭질하는 친구? 연인을 찾아 헤메이는 늑대아이처럼 독자도 표지의 반짝임을 발견하기 위해 이리저리 표지를 움직여봐야하는지도...


이야기는 한 늑대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며 1년 전 자기와 함께 했던 늑대 친구를 그리워하며 숨바꼭질하며 이별을 실감하게 된 순간을 되새기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야기는 혼자 남은 늑대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독자는 페이지, 페이지마다 술래가 되어 자신을 찾아다니는 늑대를 지켜보며 근처에 숨어있는 분홍색 니트를 입은 빨간 모자를 쓴 늑대를 발견하게 된다.

글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그림, 그림책의 묘미랄까.

둘은 왜 헤어지게 된 걸까, 그리고 분홍 늑대는 왜 떠난 걸까.


어디에서나 반짝임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아내던 그 아이

그렇게 우리 둘은 숨바꼭질을 했고 술래가 된 나는 천까지 세어댔었다.


이리저리 헤메이며 너를 찾다보면 그 아이는 나타나


"넌 없어진 것을 찾는 데 영 소질이 없구나."



하지만 독자는 알고 있다.

그렇게 숨바꼭질 하는 내내 행여나 자신을 언제즘 찾아줄까, 기대하다 실망하고

옮겨다니며 숨어있던 그녀가 되려 웃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가

어느 시점에선가 기대를 버리고 마음을 돌려

떠나갈 결심을 하기까지 얼마나 무수히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이야기의 시작으로 돌아가...

표제지 빨간 열매가 열린 가지에 걸린 것이

떠나간 분홍 상의의 늑대의 빨간 모자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사랑에 최선을 다한 이는 마지막 미련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것일까...

이제야 떠나간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숨바꼭질 수세기를 시작하는 빨간 상의의 늑대

이 아이가 붙잡고 있는 건 진짜 사랑인걸까 아니면 사랑의 기억인걸까...

오늘도 '눈 냄새'가 난다.


사랑의 엇갈림과 그리움, 그리고 기다림.

상실을 실감하는 순간까지...사라 스트리츠베리의 글과 사라 룬드베리의 그림은 서로 주고 받으며 조화를 이룬다.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참여,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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