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이래서 그림책을 읽지'라는 마음이 들게하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참 좋아요. '좋다'라는 말에 이것,저것 다 포함되는...
만듦새도, 담고 있는 내용도, 내게 주는 울림도, 여운도.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 좋아하실 거 같은 느낌적 느낌이랄까요.

[몹시 큰 초대장]이란 책 제목과 상반되게 책 크기 작고 귀엽습니다.

보통 면지에서 표제지로 바로 이어지는 일반적 구성과 달리 [몹시 큰 초대장]은 면지에서부터 이야기가 주욱 이어집니다.
본편 주인공이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스핀오프 이야기가 한가득이에요.

면지에서 만나는 전봇대와 정체모를 작은 물체 뭘까요.
바로 옆 개미랑 비교하니 너무나 작은 그 무엇.

전봇대는 광고물 부착금지인데 제각각 자기를 알리고픈 맘이 가득한 사람들의 호소문으로 넘쳐납니다.
이벤트 사은품 증정하겠다는 전단지는 과일 장수 광고물에 가리워지지만 그 광고물 역시 비에 젖어버리지요.
미화원들의 분주한 손길에 다시 전봇대는 평화를 되찾고 반짝거려집니다.

피에로들이 와서 신나게 붙이고 간 공연 포스터도 바로 광고지 덧붙임을 당하지요.
모두가 자기를 알리고 싶어하는 목소리가 넘쳐나는 전봇대.
과연 이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가닿기는 할까 싶지만...
또 거기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사람도 있지요.
바로 전화해보는 저 놀라운 실행력
전봇대는 이렇게 우리 일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요.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소녀.
그런데 강아지가 입에 뭘 물었다???? 바로 안돼!!!! 뱉어!!!를 외쳐야하는 순간이죠.
그렇게 독자는 그 알 수 없던 그 검정 조각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음...밑도 끝도 없는 이 초대장이라니.
누가 보낸 것일까? 초대해서 뭘하자는거지?

토요일 밤 8시, 초대장의 주인공입니다.
매주 토요일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혼자만의 파티를 즐기곤 합니다.

매주 화요일 소년은 마을로 내려가 전봇대에 아무도 모를 작은 초대장을 붙이곤 합니다.
아니, 아니...
다들 날 좀 봐주세요 목소리 드높게 외치는 전단지 한가득한 곳에 이렇게 작고 수줍은 초대장라니.
누가 봐주기나 하겠어? 안타까운 맘도 듭니다.
토요일밤 그렇게 실망하고...
일요일, 월요일 맘 가다듬고 다시 일어나 초대장을 붙이는 것을 매주 반복하는 이 소년.
그 마음은 대체 뭘까요.
이 소년은 아주 아주 커다란 종이의 한 귀퉁이를 오려 초대장을 만듭니다.
매주 누군가 자신의 초대장을 발견하고 와주기를 기대하면서요.
박서영 작가는 이러한 소년의 일상을 너무나 덤덤하게 작은 그리드 안의 그림으로 담담하게, 고요하게 그려놓습니다.
독자의 안타까움은 그 프레임을 넘어 점점 커져가고 감정이입이 되지요.
하아...
이 소년을 어떡게 하나.
매주 기대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서 다시 만들고.

시선이 오래오래 머물던 장면이었어요.
아이는 마지막 한조각 남은 초대장을, 절망감에 분노에 찬 자신의 얼굴 그림과 같이 버려버립니다.
...
너무 가슴 아프실까봐 중요 스포를 하자면
소년의 초대장은 분명 응답을 받습니다.
각각의 그 사연도, 사람들의 이야기도 또 울림이 제각각 다릅니다.
과연 그 누군가의 마음을 열게한 초대장은 무엇이었을까?
매주 화요일 수도 없이 붙여왔던 작은 초대장을 분명 발견했던 사람들도 지금껏 있었을텐데,
그 때는 응답하지 않다가
한 날, 한 시에 사람들의 마음을, 발걸음을 돌려 까만 집에 모이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년이 초대장 쓰기를 포기하고 자신의 마음을 한껏 드러낸 저 큰 그림,
그리고 그 위에 붙어있는 작은 초대장.
절망감까지 드러낸 저 그림이 그 작은 초대장 글귀에 감추어져있던 간절함을 불러내 큰 울림을 주었구나 싶은.
결국 정보만 담긴 글이 아니라 그 글에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보는 사람도 마음이 움직이는 것일까요.
[토요일 밤 8시 언덕 위 까만 집] 이란 문구 안에 빠져있던 사람까지 들어가서 완성된 [몹시 큰 초대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박서영 작가의 층층이 이어진 감정선, 이야기를 확장해가는 능력이 정말 돋보이는 책입니다.
작고 귀여운 책안에 몹시 큰 마음의 울림이 있는 책.
절로 박서영 작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집니다.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 서평이벤트 응모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