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표지에 화사한 색감이 시선을 머물게 하는 책입니다.
어라? 책 제목이 양과 늑대의 이야기 [문제가 문제야] 입니다.
음??? 양과 늑대???
표지부터 잘못된 만남인가...문제이긴 하네. 라는 가벼운 맘으로 읽기 시작해요.
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양은 늑대에게 문제를 내달라 조르고,
늑대는 양을 위해 문제를 내곤 합니다.
여기서 늑대가 내는 문제는 이런 거에요.
"무당벌레 한 마리 더하기 무당벌레 한 마리는?"
이런...이런 문제는 백 개, 아니 천 개도 백점 맞을 자신이 있다고요.
갑자기 문제적 관계, 양과 늑대는 두 친구에서 혹...이거 양육자와 아이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만물MBTI설에서 성향은 늑대와 양으로 갈라지지만,
그래도 아이의 시선에서 다정하게 질문하고 생각하게 하는,
아이의 자신감 지킴이 양육자...^^

이런 문제는 또 어떨까요?
"무당벌레 한 마리 더하기 꽃향기 한 줌은? "
이거야 말로 신선한 문제인데... 싶어집니다.
딱히 정답도 없지 싶지만, 좀더 재미난 대답은 없을까 자꾸 생각하고 싶어집니다.
옆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도 보고 싶고요.
아니 아니...이제는 내가 이런 재미난 문제를 만들어 상대에게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두 친구는 문제와 답을 주거니 받거니 이어갑니다.
" 모두 다 문제야.때로는 답을 맞히는 것보다,문제가 중요해. "
늑대는 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처럼, 양과 계속 질문을 던지며 주거니 받거니 생각을 키워갑니다.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양육자의 모습같기도 한 늑대를 바라보며
지난 육아기의 저를 되돌아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정한 산파가 있어도
결국 문제에 직면한 순간엔 온전하게 대화를 나누어야하는 건 나 자신이지요.
세상의 파도가 밀려올때도 있지만...
제일 당혹스럽고 힘이 들고, 나를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건...
내가 문제일때죠.

책장 속 양과 늑대의 대화를 보며 가만, 가만 미소짓다가 이 부분에 와서 문득 저의 이야기가 되는 듯해요.
아이가 어릴적에는
아이가 물어오는 질문에 턱턱 대답을 할 수 있었지요.
아이는 엄마가 체험학습날 하늘의 비구름도 훠이 훠이 치워줄만한 능력자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봐주기도요.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자라고
이제는 아이의 질문도 자라고
아이가 고민하는 문제의 종류도, 깊이도, 또한 저의 대답도 달라졌어요.
즉각적인 답보다는 같이 고민하고, 때로는 입을 다물게도 됩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성인이 되자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질문을 하는 때가 더 많아집니다.
아이가 처한 상황이 내 눈엔 문제거리가 가득한 지뢰밭처럼 보일 때도 있구요.
아이가 내딛는 행보가 내 눈에 서툴고 미숙해보일 때도 있지요.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사에, 상황에 더이상 저의 해법이, 저의 문제 제기가 나침반이 되지 못할 때도 많아집니다.
그저 맘의 위로를 더하고 응원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답이 될지도요.
머리로는 알 듯하면서도 현실에 치여 굳어진 감성의 중년 부모는 자꾸 불안함과 조급함을 내비치게 됩니다.

이 책은 다양한 문제로 생각주머니를 키워가는 어린이와 양육자를 위해서도 좋지만
세상으로 나아가 온전히 문제와 맞서게 된 20대 친구들과도 함께 나누고픈 그림책입니다.
여전히 당신들을 바라보는 내 눈길과 마음엔 사랑과 응원이 가득하다고 말이지요.
"한번 가 보는 거야.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더라도.
때로는 답을 맞히는 것보다,문제가 중요해!"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의 서평이벤트에 응모, 도서만을 제공받아 리뷰를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