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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북의 책이야기
  • 넬이 나무를 심다
  • 앤 윈터
  • 14,400원 (10%800)
  • 2024-09-10
  • : 74

한 소녀가 아름드리 나무에 올라 책속에 푹 빠져있는 책 표지에요.


표지를 펼쳤더니 한 소녀가 책 속에 몰입해있는 사이 나무 아래에선 할머니와 아이들이 무언가 열매를 가득 줍고 있어요. 이 나무의 열매인가 봐요. 휴식처와 열매를 선물해주는 넉넉한 나무의 모습입니다.


이 책은 2024년 에즈라 잭 키츠 상 글작가 부문 수상작입니다.

글 작가 앤 윈터는 2022년 그림책계 데뷔작 [빨간 벽돌 건물에 사는 사람들]로 에즈라 잭 키츠 상 글작가 부분 명예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에즈라 잭 키츠상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 속에서 가족간의 사랑을 담아낸 그림책을 만들어낸 신진 작가들(글 작가, 그림 작가)에게 수상하는 상입니다. 수상작 외에 3권 이하의 책을 출간한 작가들의 작품을 심사대상으로 삼기에 한 작가가 2회나 수상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요.

[넬이 나무를 심다]는 거대한 피칸 나무를 중심으로 한 자리에 모인 대가족의 떠들썩하고 즐거운 한 때를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나무를 오르내리고 나무 위 새둥지에서 아기 새가 알을 깨고 깨어나는 것도 보고

나무에 올라 해 붉은 해를 바라보기도 하지요.

커다란 피칸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경주장이 되어주고 때로는 고요한 혼자만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숨어있었습니다.

옛날 그 옛날 노란 원피스의 넬이 주은 씨앗 하나가 그 시작이었지요.

넬은 씨앗을 주워 화분에 심고 돌보지요.


그림책은 대가족 아이들의 일상과 과거의 넬의 이야기를 같이 이끌어갑니다.

마치 평행세계가 같이 이어지는 것처럼요.

현대의 아이들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그 다음 페이지에는 과거 넬의 이야기가 바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이야기는 계속해서 계절이 무르익으며 이런 저런 수확물을 거두는 아이들의 모습과 피칸나무를 돌보는 넬의 모습을 교차시킵니다.



책읽기에 몰입하던 책표지 속의 여자아이는 싹이 난 피칸 열매를 하나 발견하지요.

그리고 할머니는 다정히 물어요.

그 씨앗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혹 눈치채셨을려나요?

피칸 씨앗을 심던 노오란 원피스의 소녀, 넬의 정체를????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 저 질문의 답을 알고 있을지 몰라요.

저 멜빵바지의 소녀가 작은 씨앗으로 무엇을 할 지 말이지요.

세대를 이어가는 새로운 유산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너무나 재미있는 또 다른 이야기도 숨어있답니다.

피칸 씨앗을 심고 돌보는 넬에게는 조력자가 있어요.

넬에게 다가와 화분에 물을 줄 때도, 구덩이를 파고 옮겨 심을 때도, 나무가 자라 아름드리 나무가 될때에도

넬 옆에서 든든히 자리를 함께 해주던 사람이 있었지요.

이 소년은 또 누구일까요?

흰 셔츠와 바지를 차려입은 소년, 이 소년의 차림새 색도 눈여겨 보시고요.


작은 피칸 씨앗은 그렇게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고 자라나 아름드리 거대한 나무가 되었답니다.

풍성한 가지와 잎이 만들어준 지붕아래

또한 소년과 소녀가 만나 이룬 가정이 뿌리를 내리고 그 자녀들이 또 가족을 이루고 커다란 피칸 나무아래 모였네요.

책을 다 읽고나면 뒷면지의 퀼트 콜라쥬가 다시 한번 새롭게 보입니다.

조각 하나하나가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삶의 한 조각, 조각이 모여 아름다운 퀼트가 되고 커다란 피칸 나무에도 새겨졌습니다.

오래전 작은 소녀의 행동 하나가 이렇게 아름다운 결과로, 많은 이에게 선물로 다가오네요.

또한 가지를 넓게 펼친 나무 한 그루의 시작이 작은 씨앗 하나에서, 또한 땅 속에서 뿌리들이 단단히 자리하고 서로를 굳건하게 잡아주는 것을 보며 서로가 힘이 되는 가족의 사랑도 느끼게 됩니다.

가을날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습니다.

글 작가 앤 윈터의 아름다운 글을 그림작가 다니엘 미야레스는 펜과 잉크, 구아슈 물감을 이용해 아름답게 그려내었습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모두 어린 시절 피칸 나무와 함께 했던 유년기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그림 작가 다니엘 미야레스는 자신에게 의미가 깊었던 할머니의 조각 퀼트 이불을 이 작품에 되살려놓았습니다. 한 조각, 조각에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 만들고 함께 한 시간만큼의 추억도 더해져 낡아가지만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소중해지는 퀼트 이불요.

그렇게 앞, 뒤 면지에 넬과 소년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 퀼트를 만들었답니다.

이제 포근한 퀼트 이불 면지를 가진 이 그림책은 독자들을 찾아가 또다른 추억 이야기를 만들어주겠지요.

*이 글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감상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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