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회백으로 둘러싸인 전원주택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책 서너 꼭지를 넘길 때 쯤 벌써 깨달았다. 사람, 사랑,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이경재 작가의 글은 마치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동굴 속 온기와 냉기를 오간다. 김연수의 감성과 김훈의 서정과 김정운의 익살이 한데 섞여 잘 차린 한식 한 상을 선사한다.
큰 사건의 전개는 없다. 그럼에도 술술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곱씹어 본다. 그건 아마도 인간의 냄새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따뜻한 삶의 전형을 그가 대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러우면 지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기꺼이 패자가 된다.
아내와 자식에 대한 지극한 애정, 담장을 넘어 이웃을 향한 넘치는 배려, 일과 삶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 그리고 온기를 담아 세상을 읽는 그의 시선,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담고 있으면서도 무겁지 않다.
부모로, 배우자로, 그리고 사회인으로 다양한 페르소나를 쓰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복잡다단한 관계에 지친 이에게 활력을 주는 한 병의 구론산바몬드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