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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북프라기  2016/01/20 13:29
  • 원더보이
  • 김연수
  • 13,050원 (10%720)
  • 2012-02-08
  • : 5,035

스토리만 가지고 소설을 판단하면 안된다. 풀냄새, 풀벌레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그런, 뜯어서 보관하고 싶은 문장들로만 가득 채운 한 챕터가 있을 수 있는거고,,, 겉으로 드러난 스토리가 아닌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숨겨뒀다 찌르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를 봐라. 스토리 라인은 거기서 거기다. "왕좌의 게임"이 미드 중 1위를 한건 왕국들끼리 왕좌를 놓고 싸웠더라는 얽히고 섥힌 스토리때문이 아니고 19금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아서다. "셜록"이 영드 중 1위를 한건(그랬을 것이다, 아마도) 뽀뽀해주고 싶을만큼 캐릭터를 멋드러지게 연기한 배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도, 특히 소설도 이렇게 그냥 스토리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면 안된다. 인간이 짜낼 수 있는 스토리는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가 일으킬 수 있는 감정은 거기서 거기가 아니다. 다른 각도로, 미처 모르고 지나갈 뻔한 그 감정을 "너도 느껴봤잖아" 해줘야 진짜 울림이 있는 소설이다. 원더보이는 훌륭한 성장소설이기도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가기엔 아깝다.


# 지면이라는 자원 활용 #


예전에 베르나르베르베르 신(2011)의 결말 부분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결말 부분에서 우주선(?)을 타고 우주의 끝을 향해 날아가다가 어디에, 구체적으로 말하면 백지 같은 것에 부딪히고 어떤 눈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백지는 바로 책, 눈은 독자의 눈이었다. 그 부분이 어색하고 유치하단 사람도 있었겠지만 나는 속으로 외쳤다."쥐니어스, 부릴리언트, 오썸!!" 영화에 "음악+영상" 짬뽕 무기가 있다면, 책은 지면이 있다. 하지만 여태 그 종이를 활용한 책은 별로 없었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작아지는 목소리..) 책은 여태껏 검정색 활자에만 집중해왔지 삽화, 백지, 여백 등은 그저 거드는 축에 속했다. 작가는 활자만 적으니까. 하지만 원더보이에서 이런 부분이 나온다. 에혀, 이럼 영화로 못만들잖아요.




#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


누가 죽은 적이 있나보다. 진짜로. 작가가 그런적이 있나보다. 아빠죽지마아빠죽지마아빠죽지마,, 오래된 눈물이 났다. 




꿈에서 깨어 엉엉 울었던 그 때 그 기분. 죽으면 하늘의 별이 된다는 것만큼이나 와닿지 않았던 천국에 대한 위로. 공룡, 별, 역사를 보다가도 죽으면 끝인 덧없는 존재에 대한 생각과 동시에, 찰나와 같이 짧고 덧없기에 신기하고 소중한 생명에 대한 고마움. 슬프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우스개 소리를 하다가도 다시 슬퍼지는게 반복되다가 결국 농담과 슬픔이 섞여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거세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기분. 그 플라스틱맛.


아빠가 이 지구상에서 인간으로 존재했던 시간은 고작 42년.

그나마 나의 아빠로 존재했던 기간은 14년.

그건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에요.


해도 해도.

달도 달도.

별도 별도.



# 문제의식 #


유희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기능을 다하고 있다. 억지스럽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그리고 1978년 여름이 되자,

베드로의 집에서 국영수를 가르치던 형들이 우리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완전히 다를 거라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만약 누군가 그런 짓을 하려고 든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뭐라도 할 것이라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우린 혼자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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