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redd22님의 서재
  • 스물두 번째 레인
  • 카롤리네 발
  • 15,750원 (10%870)
  • 2025-05-16
  • : 1,300
#도서협찬

주인공 틸다는 수학 석사 논문을 쓰는 대학생이다. 여유로운 캠퍼스 생활보다는,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어린 동생
이다를 돌보는 일로 채워진다. 자유롭고 무념한 마음을 만들고 싶지만, 현실은 늘 발목을 붙잡는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수영장에서 ‘스물두 바퀴’를 헤엄치는 시간이다. 그 순간만큼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잠시나마 세상과 단절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p.56 “나는 이다가 언제나 구원의 순간을 그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름답고도 슬프다.”

이다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늘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지만, 언니 틸다를 통해 점점 단단해진다. 그녀가 그려낸 ‘구원의 순간’은 두 자매가 처한 현실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다.

엄마는 술에 취해 아이들을 힘들게 한 다음 날이면 늘 계란후라이를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그것은 사과의 표현이지만, 그 음식은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속에 상처가 켜켜이 쌓였다는 증표처럼 느껴졌다.

틸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 마들렌의 태도에 화가 나는 감정 역시 충분히 공감된다.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쉽게 내뱉는 말은 때로는 칼처럼 날카롭게 상대를 아프게 할 수 있다.

🔖p.105 “나는 요란하게 웃고, 이제 내가 울지 않아서 기쁜 이다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만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다가 있다. 이다에게는 내가 있으니까.”

가족이란, 때로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틸다는 이다의 방학을 맞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선택지를 주고, 이다의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 결정한다. 그 모습은 단순한 자매애를 넘어 어머니와도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p.167 “이 나이 작은 손이 내 손을 잡는다… 나는 슬프면서도 행복해서, 행복보다 슬픔이 더 큰지, 아니면 슬픔보다 행복이 더 큰지 모른다.”

박사과정을 위해 멀리 떠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이다는 언니를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두 자매는 서로의 슬픔을 감추려는 이 장면에서 나 역시 그 감정을 함께 삼킨 듯, 마음이 뭉클했다.


🔖p.222 “고열을 통해 정말로 뭔가 잃어버리거나 작별한 것처럼 왠지 모르게 더 가벼워졌다. 배 근처에 언제나 존재하던 무서운 것이 사라지고 없는 느낌이다. 무거웠던 그 느낌을 금방 다시 떠올릴 수 없다. 사라졌다. 정말로 사람 졌다. 이제 더 많은 공간이 생긴 배 안으로 가을 공기를 끌어들인다.”

틸다는 심한 고열에 시달리며 혼미한 정신 속에서 오랜 고통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모습이 스스로를 회복 해가는 모습으로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돌보는 이다의 모습에서는 점점 어른스러움이 묻어난다. 메모를 들고 꼼꼼하게 장을 보는 모습에서는 대견함마저 느껴졌다.

틸다에게 찾아온 빅토르는 그녀가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별을 통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며, ‘작별’이 반드시 끝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너무 어린 나이에 홀로 서야 했던 틸다는, 가정을 탓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런 언니가 있었기에 이다 역시 걱정을 뒤로하고 단단하고 현명하게 자랄 수 있었다.

두 자매는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자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나와 내 동생이 떠올랐다.
삐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맙고 수고했다.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dasanbooks @ekida_library 감사합니다.

#장편소설 #성장소설 #독일소설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도서리뷰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