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자꾸만 보게 될수록 사랑하게 되는 게 바로 우리의 오랜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와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옛 건축물에는 오롯이 스며있다.
게다가 그 건축물이 안고 있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생각하면 건축물은 이제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건넨다.
<강원감영>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극장>으로 이미 오래된 건축물의 이야기를 멋지게 표현해낸 적이 있는 최용호 작가의 그림책이다.
지역의 오래된 건축물의 주는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데, 여기에 더하여 작가의 그림책에는 인물이 살아있다.
<강원감영>에 등장하는 인물은 어린 우영이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감영 앞 지물포 집 아들인 우영이를 통해 감영이 무엇을 하는 곳이며 관찰사가 부임하는 날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게 된다.
여기서 잠깐, 우영이라는 아이는 그냥 궁금한 시선으로 감영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다.
우영이는 자신의 집에서 만든 종이를 감영에 심부름하며 문서로도 쓰이고 책으로도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친절한 어른인 ‘영리 어르신’에게 종이를 배달하며 지식을 얻고,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와 가업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이 책의 각별한 의미라 하겠다.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주는 보너스 같은 이야기는 책을 열면 나타나는 <관동별곡>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병처럼 깊어 죽림에 은신하고 있었는데~’로 시작하는 송강 정철의 고전시가다,
학창 시절 배웠던 작품을 되짚어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지역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소개되어 즐겁다.
더 많은 지역의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널리 알려져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옛것이 지금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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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녀온 강원감영의 아름다운 사진을 다시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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