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곳곳에서 책 행사가 벌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도 가을이 오면 이렇게 책 관련 행사가 벌어질까. 국민 거의 모두가 책동아리 하나쯤에는 가입되어 있다는 북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도, '책읽기 좋은 계절'이 따로 있을까?
한국인은 일주일에 평균 3시간정도 책을 읽고, 그래서 조사 대상 30개국 중 꼴찌라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일주일 3시간 독서는 정말 '평균'일 뿐이고, 어쩌면 책읽기에서도 극단이 존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쪽엔 책을 무지 좋아하는 독서광들, 또 한쪽엔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책을 일단 좋아하면 책을 많이 읽게 되기 쉽지만 책의 재미를 모르면 책을 손에 드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간에서 서성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또 읽고 싶은데도 책읽기가 쉽지 않은 경우. 이럴 땐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어렵게 손에 잡은 책이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어느새 책은 멀어진다. 이럴 때, 함께 읽기를 통해 책읽기의 재미속으로 빠져드는 건 어떨까?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의 학인들이 내놓은 <이젠, 함께 읽기다>는 책읽기가 재미와 의미를 넘어서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몇 년간 바쁘게 직장 다니며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는 직장인 남자,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입시, 취업을 향해 힘들게 쫓아왔지만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해 자기 모멸감에 젖어 있던 젊은 여성, 주입식 교육 환경에서 질문하기에 익숙하지 않고 정답 강박에 빠져 있는 아이들, 애들 키우고 남편과의 관계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던 주부, 자기계발서를 탐독했지만 길을 찾지 못했던 여성... 많은 이들이 책을 통해, 함께 읽기를 통해 삶이 변한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책은 모두 5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독서토론의 다양한 풍경을, 2부에선 책토론을 넘어서 영화토론과 글쓰기, 책쓰기 모임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보여준다. 생생한 현장 보고에 이어 3부에서는 2008년 시작된 학습공동체 숭례문학당이 진화해온 모습과 왜 '함께읽기'가 중요하고 필요한지, 독서토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짚어본다. 인터넷 혁명으로 공유와 소통이 시대의 흐름이 된 이때 '함께 읽기' 역시 시대의 흐름이고,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 개혁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장에서는 실제 독서토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진행자, 논제, 토론자, 세 구성요소를 통해 설명한다. 5장에서는 독서토론에서 읽을 만한 책들을 인문, 문학, 역사, 사회, 과학 분야로 나눠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추천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각 장의 마지막엔 책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한 개인의 체험기와 가족과 조직에서 함께 읽기를 통해 변화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을 읽고 싶지만 길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함께 읽기'를 적극 권한다. 함께 하는 독서토론에서 자신을 찾고, 성장하고, 동료 의식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지만 함께 읽으면 외롭지 않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기업에서, 병영에서, 읽고 토론하는 사회. 그렇게 소통하고 성장하는 사회에 동참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젠, 함께 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