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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님의 서재
  • 봄이 오면 녹는
  • 성혜령.이서수.전하영
  • 13,500원 (10%750)
  • 2025-01-20
  • : 2,46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람출판사가 시작한 세 작가의 ‘얽힘’ 시리즈 첫 번째. 키워드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하던 앤솔로지와 다르게 키워드 뿐더러 장소도 같이 얽혀 있었다.

이번 키워드는 ‘손절’이다. 세 소설 속 인물들은 관계의 단절을 생각하고 이행하려 하지만, 그럴수록 그 관계에 얽혀든다. 결국 누군가는 끝을 보고 헤어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이 관계에 새로운 의미를 찾기도 하며 누군가는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세 소설마다 매력이 있었는데, 성혜령 작가의 <나방파리>의 경우 화자가 자신이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거에 공감이 갔고, 화자와 비슷한 듯 다른 종희의 전사, 화자의 죄책감에 골몰하면서 읽었다. 종희가 죽은 아들인 시온과 대화하고자 영매들을 찾으러 다니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슬프기도 했다. 거기서 밝혀지는 비밀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긴장감 있고도 애처롭게 만들어서 새로웠다.

<언 강 위의 우리들>은 인물들이 빛을 발하는 소설이었다. 화자의 예술가적 기질과 두 인물의 앙칼지고 털털한 대화들이 매력적이었고, 그들을 바라보며 화자가 생각한 것들도 매력적이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들과 오래된 친구임이 느껴지는 뻔뻔스러움에 웃음이 지어지기도 했다. 손절과 이별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했다.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전하영 작가의 <시간여행자>였다. 젊은작가상 대상작인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를 읽으면서도 감탄했던 건, 긴 분량을 아우르는 시간성이었다. 툭툭 끊어진 듯하면서도 다 들여다보면 커다란 시간 속에 원형처럼 이야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느꼈는데 이번 작품도 그랬다. 누군가의 죽음이 자꾸만 벌어진다는 체감에 이르러서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나아가려는 시선이 좋았다. 아파하는 것보다 사랑하며 사는 게 그들도 바라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뒤에는 해설이 아니라 세 작가가 서로 작품을 가지고 질의응답한 내용이 적혀 있다. 세 작가가 쓰면서 무엇을 고민했고 자신의 무엇을 투영했으며 서로 어떤 지점을 공감하면서 이 시리즈를 공동 작업 해갔는지를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밥 떠 먹여주는 듯한 해설보다(물론 어떤 작품은 해설이 꼭 필요하겠지만) 이런 방식의 뒷이야기가 독자들에게 더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같다는 생각도 든다.

엄청난 기대를 갖고서 신청한 서평단은 아니지만 각자의 소설이 전부 좋았고 이것이 얽혀드는 과정에서 ‘관계’에 대해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좋은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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