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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miri님의 서재
  • 작은 공주 세라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 11,520원 (10%640)
  • 2019-06-30
  • : 640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작은 공주 세라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난 상상하는 게 좋아. 그것보다 재미있는 건 없거든. 마치 요정이 되는 기분이야. 상상에 몰두하면 상상하는 모든 게 진짜처럼 느껴져.”
“모든 게 이야기야. 너도 이야기고, 나도 이야기야. 민친 교장도 이야기지.”
주인공 세라의 별나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인 이 ‘상상’과 ‘이야기’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세라는 다락방에서 고되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모두 누리는 동시에 더 깨끗한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를 다락방 창가로 꼽고 그런 경관을 경이롭고 아름답게 볼 줄 아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이 ‘소공녀’로 알려진 책과 애니메이션의 원작이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다. 아동 권장도서에서나 봤을 법한 ‘소공녀’를 사실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었고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서 우리나라에서도 방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만화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소공자’와 비슷한 제목의 ‘소공녀’라는 책 내용이 부자로 살다가 가난해 졌던 소녀가 그 가난을 극복하고 다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정도의 줄거리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었고 이 책 또한 ‘하이디’처럼 알라딘 단독 독자 리뷰대회가 아니었다면 읽어 볼 생각도 없었던 책이었다. 성인 권장도서들 중 여느 문학소설처럼 고민해 보고 자문할 거리고 생각할 거리도 상당했던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랠프 크루’ 영국군 대위와 또한 그를 지극히 사랑하는 그의 사랑스럽고 조숙하고 용감하고 친절이 몸에 밴 외동딸 ‘세라 크루’는 인도에서 귀족과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살다가 세라의 짧은 인생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단 하나의 문제였던 언젠가는 가야 할 ‘그곳’에 가게 된다.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독서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사랑하는 세라는 요즘 말로 하면 대단한 영재였다. 영어에 프랑스어, 독일어, 힌두스타니어까지 능통한 소녀다. 거기에 겸손하고 누구에게나, 심지어 동물과 사물에게도 차별 없이 공손하고 예의 있게 대하고 어떤 슬픈 일이나 힘든 일이 닥쳐도 불평하거나 울며 화내기 보다는 차분하고 의연하게 상황에 대처하여 품위를 지키며 해결해 나가는 대단한 통제력과 인내심을 지니고 있어 성인들도 본받을 만한 소녀다. 더욱 놀라운 점은 항상 의연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과 상상하는 것이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고 인정을 하고 그럼에도 연습을 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고 그래서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나도 매일 그렇게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물을 그려낸 작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봤는데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살다가 결혼도 하고 미국에서 숨을 거뒀다는 것과 그녀가 바로 ‘소공자’의 작가이기도 하고 그 유명한 ‘비밀의 화원’의 작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 맨체스터에서의 불우했던 생활이 상상력을 자극하여 글을 쓰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세라가 힘들게 지냈을 때를 잘 묘사할 수 있었나 보다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현대 생활을 살고 있는 내게 의탁할 곳 없는 무일푼 비렁뱅이가 되어 처참한 생활을 할 때의 세라도, ‘마법’이 일어난 것처럼 다시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고 공주와 같은 삶을 살게 되는 세라도 완벽히 공감하기가 어렵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내게 교훈을 주는 점들이 너무도 많았다. 하인이나 굶주린 거지같은 사람들에게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존중해서 대한다는 것, 누구나 참고 견뎌야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자신도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지금 전쟁 중이라고 상상하면서 단 한 마디의 앓는 소리나 불평 없이 참고 견딘다는 것, 그것을 위해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 ‘상상력’으로 처량한 상황을 긍정적이고 낭만적으로 볼 줄 아는 눈으로 상상에 몰입해서 현실처럼 보고 느낄 줄 아는데다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고취시켜 삶의 큰 기쁨을 알게 해줄 줄 아는 것, 자신에게 근사한 일이 많이 생긴 것도 자신이 그렇게 부유하고 살 수 있고 잘생기고 다정하고 똑똑한 아빠가 있다는 것도 모두 다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렇기에 좋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얕보거나 그 사람들 앞에서 ‘잘난 척’하는 법이 없는 것, 외모나 재산보다 어떤 생각을 하느냐,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지가 아는 것, 분노가 일었을 때 발칵 성질을 내고 싶은 충동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님과 발끈 화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들보다 분노를 조절할 만큼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상대방에게 되받아 한 대 때리고 싶은 걸 꾹 참고 날카로운 말을 뱉지 않기 위해, 똑같이 무례하거나 악의에 찬 말을 던지지도 않기 위해 얼른 다른 생각을 해야 함을 알고 있고 또 그것을 몸소 실천한다는 것, 가엾고 항상 굶주려 있는 부엌데기 베키를 위해 ‘자그마하게 꿍칠 수 있는 요깃거리를 찾는 일’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 배운 걸 다시 익히지 않으면 곧 잊어버리게 될 거라며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온갖 잔심부름을 한 후 빈 교실에서 혼자 공부하려는 의지를 굳건히 하는 것, 모든 일에는 우리가 모르는 좋은 점이 있을 거라며 악독하고 탐욕스러운 민친 교장한테도 좋은 점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할 줄도 알고 역경이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한다는 것도 아는 것, 다락방의 쥐 한 마리에게도 존재감을 인정하고 쥐로 살아가기도 힘들겠다는 생각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세상 만물은 말로 이루어지지 않은 언어를 이해하고 모든 것이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리 없이도 다른 영혼에게 의사를 전달한다고 생각해서 쥐 한 마리나 참새들과도 친구가 되는 것, 무슨 일이 일어나든 바꿀 수 없는 사실은 누더기와 넝마를 걸쳤어도 자신은 여전히 공주라고 확신하는 '불굴의 의지'와 상황이 최악으로 가기 전에 뜻밖의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며 최악은 절대 닥치지 않는다고 굳게 믿는 '긍정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 구박과 수모를 주는 민친 교장에게 오히려 공손한 말투로 교장이 스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며 결코 복수하려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 ‘친절’이야말로 다른 사람에게 가치 있는 행위라고 말하는 것, ‘마법’이 일어났다고 믿고 멋지고 신비로운 이야기의 세계에 산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들은 ‘그까짓 일’로 치부할 수 있는 것 등이다.
또한 세라 아버지의 친구였던 ‘인도 신사’인 톰 캐리스포드 씨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었다. 다이아몬드 광산 사업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사망한 친구 크루 대위에게 너무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친구에게 삶을 망치게 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어서 사기꾼처럼 도둑처럼 도망쳤다는 죄책감과 후회 속에서 살다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어떻게든 친구의 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한 점과 그는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되었음에도 그 재산이 자신의 것만은 아니라고 자책을 하고 온전히 자신 것도 아닌 많은 재산은 자신에게 고통만 줄 뿐이라고 하소연하는 점이다. 이러한 대목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과연 부처 외에 얼마나 될까? 나라면 할 수 있을 생각과 고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재산 앞에서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웬만하면 울지 않는데 감정이입이 되어서 나까지 울었던 대목이 있었다. 세라가 아빠를 잃기 전 공주처럼 대접받고 살 때 베키를 돕자 베키가 어떻게든 세라의 호의에 보답하고 싶어서 세라의 열한 살 생일파티 때 쓰레기통에서 어밀리아 선생님이 버린 카드를 주워 생일축하 카드를 만들어서 주는데 세라가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 베키를 꼭 끌어안으며 목울대가 왜 뜨거워지는지 자기 자신은 물론 누구에게도 설명할 길이 없었다고 할 때, 어느 날 심부름을 나갔다가 배수로에 떨어져있던 4펜스로 근처 빵집에서 빵 네 개를 사게 되는데 빵 여섯 개를 넣어주는 주인아주머니에게도 감동을 받고, 그 빵을 가지고 나가서 길에서 만났던 더 굶주린 소녀에게 빵을 다섯 개나 주고 자신은 하나만 먹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빵을 열두 개 줬어야 했다고 후회하는 모습에서 감동 받아 눈물이 났다. 알고 보니 더 굶주린 소녀는 이 소설의 마지막 제목 ‘앤’이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세라를 봐서라도 계속해서 빵을 주다가 주방 일을 시켜보니 착실하게 잘 해서 같이 지내게 된 것이었다. 다시 공주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세라가 민친 사립 여자 기숙학교에서 벗어난 후 빵집에 들렀다가 앤과 마주치게 되는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세라를 앤이 하염없이 바라보는 장면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바로 눈앞에서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리뷰대회 덕분에 읽게 됐던 ‘하이디’에서도 하이디가 클라라와 '다락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세라도 그녀의 세 친구 베키, 로티, 어먼가드와 '다락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보니 '다락방'이라는 장소가 신비하게 느껴졌고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도 생각이 났다. 그 책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는 주제가 바로 ‘생생하게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Vivid Dream = Realization)’인데 작은 공주 세라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이외에도 세라가 ‘바깥세상’이라고 부르는 곳에 ‘생각들’이 모여 있어서 사람들이 불러주기만을 기다린다는 상상을 즐겨했다는 부분에서는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시크릿’도 떠올랐다. 세라가 말하는 ‘바깥세상’을 나는 '우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여울 작가의 추천의 글도 나에게는 인상 깊었는데 어린 시절 처음으로 책 주인공을 현실에서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 인물이 바로 세라였다고 한 것과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세라의 기품이 우러나오는 이유를 세 가지로 아주 잘 정리해서였다. 그리고 프랑스혁명 당시 모두가 자신을 비난할 때조차 꼿꼿함을 잃지 않았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멋지다고 생각한다는 세라 덕분에 역사 속의 그녀는 좋아하지 않지만 ‘세라가 바라보는 마리 앙투아네트’는 좋아할 수 있게 됐다고 한 부분과 요즘 시대에 맞게 바꿔 읽었으면 하는 것으로 아버지가 세라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남자로 태어났다면 이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목을 꼽은 부분도 좋았다.
또한 위에도 언급했던 상상하기로 성공하는 법을 다뤘던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 혹은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다룬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을 소설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서 인상적이기도 했다.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갈수록 '상상하고 즐겁게 노는 시간'이 부족해지는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기도 하고 그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도 읽었으면 좋겠다. 정여울 작가의 추천의 글에서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소중한 성찰의 시간과 ‘상상’과 ‘이야기’의 힘과 매력에 빠져서 살아볼 시간을 선물해 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의 바람대로 그 어떤 위험과 고난 속에서도 오직 ‘이야기’를 ‘상상’할 수만 있다면, 온갖 배고픔, 아픔, 외로움마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내가 새롭게 다짐하게 된 것들이 있다.
모든 이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어서 ‘가짜 공주라 하더라도 이제부터 공주가 된 것처럼 행동하면 어떨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은 선행, 작은 일들이 다른 이들에게 큰 선물을 나눠주는 것처럼 생각하면 많은 걸 베풀게 된다고 생각했던 세라. 그런 세라를 향해 서술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남을 돕고 그것에서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양 기뻐하는 이유는 조물주가 세라를 ‘베푸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다. ‘베푸는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손도 마음도 만인에게 활짝 열려 있게 마련이다. 빈손인 경우에도 마음이 늘 충만하니 사람들에게 많은 걸 줄 수 있다.” 정말 대단한 문장이다. 만일 내가 세라처럼 ‘베푸는 사람’으로 만들어 졌다면 그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고, 그렇지 않게 만들어 졌다 하더라도 늘 나의 손과 마음을 만인에게 활짝 열고 살 것이다.
살다 보면 유쾌하고 다정한 웃음이 가장 큰 도움이 될 때가 있고 낯선 사람이 보내는 미소에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음을 세라가 익히 알았던 것처럼 나도 이러한 진리를 명심하고 살 것이다.
세라가 보내는 다정한 시선이 언제나 지치고 우울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었던 것처럼 나도 그러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 것이고, 세라가 겪었던 시련과 모험만으로도 큰 재산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듯이 앞으로 겪을 시련과 모험들을 피하려거나 원망하기 보다는 큰 재산으로 여길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할 것이고 우리 미래의 아이들도 그렇게 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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