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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구님의 서재
  • 연결된 위기
  • 백승욱
  • 19,800원 (10%1,100)
  • 2023-09-22
  • : 2,189

드디어, 이 책이 나왔고,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핵 고도화와 특히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위협 본격화,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이 `연결된 위기’라는 백 교수님의 분석이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결코 여기에 머무르는 책이 아니다. 사회주의란 무엇이었나, 냉전이란 무엇이었나, 1,2차 대전과 얄타구상(얄타체제)과 우리가 살아온 기반이 된 국제질서, 신자유주의의 문제 등에 대해 정말 넓고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1)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서, 한국과 세계가 서 있는 지점을 다시 본다. 19세기 자유주의의 위기에서 촉발된 1차대전과 2차대전,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얄타체제‘(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굴절되면서 나아가지만, `얄타 구상’은 사회주의권까지 포용하려한 `단일 세계‘ 체제, 탈식민의 질서를 만들려 했다)가 형성되었고, 우리는 그 질서 속에서 살아왔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사회주의적 대안의 축이 소멸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다극체제가 오면 `미국 패권으로부터 해방’이 오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이다. 지금의 질서가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면, 핵을 가진 강대국들 외에는 어느 국가도 안전할 수 없는 대혼란과 극도의 위험한 세계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3)위기의 배경은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의 소멸, 국가의 대응 능력 소멸, 그 불안을 포퓰리즘과 권위주의로 해결하려는 권력의 등장이다. 이것이 러시아가 주장하는 `나토 동진‘의 본질이고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는 초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 강한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통합이고, 어느 나라도 여기서 이탈할 수 없기 때문에, 일국 단위에서 문제를 풀 수 없는 정치적 위기가 심각해졌다. 이런 현실을 해결할 수 없는 기존 정당체제는 무너지고 포퓰리즘이 오거나, 체제 붕괴의 위기를 극도의 권위주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권력이 등장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의 명분으로 삼았고, 한국에서도 상당히 많은 이들이 동조하고 있는 `NATO 동진’론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분석해야 한다. 푸틴은 2003년 무렵까지도 러시아의 나토 가입을 추진할 정도로 나토의 확장에 극도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2004년부터 2014년을 거치면서 `나토 동진’을 비난하기 시작했는데, 이 무렵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길이 아닌 서방식 길을 선택하려 한 것과 관련이 있다. 푸틴은 이것을 유럽에서 친서방 초국적 통치체제를 수립하려는 정권교체의 위협으로 판단했다. 아래에서 민중의 저항이 일어날 때 서방의 `공작’이 결합하면 정권은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푸틴의 `나토 동진’ 주장은 나토의 군사적 확장에 대한 위기감이 아닌, 체제 변화, 정권 붕괴의 위기감이다. 3)북핵 문제는 왜 이토록 위태로워졌는가, 북한은 러시아 중국처럼 세계경제에 통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군사적 대응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핵 개발을 무기 삼아 미국과 통큰 협상으로 정상국가로 전환하려던 구상은 2019년 `하노이 노딜‘로 실패로 돌아갔고, 북한은 내부적으로 백두혈통 통치체제 강화, 외부적으로 핵 전력 강화의 길로 질주하게 되었다. 2008년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북한은 `제3국’인 중국을 활용해 중국이 한편에서는 북한 핵개발을 제어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 안보의 후계자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했다. 하노이노딜 이후 북한의 핵 전략은 핵 사용의 문턱을 낮추고 영구적 도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적대적 세력의 재래식 대량공격이나 `참수작전’ 수행을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비대칭 확전형‘ 전략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중국의 변화다,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통치의 중심에 두게 되고 대만 문제가 핵심 과제가 되면서, 북한 핵 위기가 중국 대만 무력점령 위협과 연결되어 작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 한반도에서 전례 없는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은 북한의 핵 전략을 다시 `촉매형‘으로 되돌리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고 설득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쟁점이다. 4)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결국 중국의 사회주의란 무엇이었고, 왜 시진핑 시기 들어서 중국이 위기의 진원지로 등장하게 되었냐는 질문이다. 시진핑 시대와 중국의 현재를,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다시 탐색하면서, 그 과정에서 중국 혁명과 국제질서가 어떻게 연동했고, 당과 인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기둥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혁명은 `소련과 미국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면서 국제정세를 기민하게 읽고 불가능해 보이던 혁명의 출구를 찾아낸 `중간지대 혁명’이었으며, 반미 혁명이 아니었다. 얄타체제는 세계를 두 개의 진영 대립으로 나누지 않고, 서로 다른 시스템이 공존할 수 있는 단일세계 체제 구상이었고, 1941~1950년 한국전쟁으로 되돌릴 수 없게 되기까지 소련의 스탈린과 마오쩌둥도 여기서 일탈하려 하지 않았다. 항미원조(한국전쟁)은 중국이 미국과의 `동행’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했고, 중국 사회주의가 내부적 억압을 강화하는 길로 급속하게 기울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당-국가의 특권세력화에 반대하는 이들을 1957년에 `우파’로 몰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이때 제기된 `인민이 주인이라는 사회주의 민주’의 과제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억압되었는데 문화대혁명 시기 `조반파’가 이 질문을 던졌지만 당과 군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되었다. 이 모순은 1989년 천안문에서 다시 `민-주’의 문제로 돌아왔다. 결국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주체/주인공이 누구인지라는 질문이 계속되어왔다. 시진핑 체제는 강력한 권위주의로 이 누적된 문제를 봉합하는 `환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결코 난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렇게 모순을 봉합하는 구호이자 통치 정당성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중국 예외주의와 특수를 주장하는 이 구호는 서구를 대체할 새로운 보편성을 제시하는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환상적 또는 허구적 해결이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고, 대내외적으로 불안정과 위협의 요인을 증폭시킬 수 있다.”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책이 북한이 전술핵으로 한국을 공격하고, 중국이 곧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부추기려는 책이 아니다. 미국이 얄타체제의 견결한 옹호자이고 자유세계의 보루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원인을 역사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는 위기의 경계에 서 있지만, 그것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으며, 찾아보자는 책이다. 그 과제는 결국 한국의 눈으로 세계질서의 변화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정교하게 대응책들을 만들어 실행해나가는 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현대사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질서가 크게 요동친 시기, 19세기말 ~20세기 초 일본 식민지로 전락한 때, 또 한번은 2차 대전 종료 후 해방된 한국이 남북으로 분단되어 결국 전쟁으로 치달은 때, 그 시기에 한국의 지식인, 정치가와 사회운동은 정세변화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상황을 찾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이 책은 그 원인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출구를 찾아보려는, 또는 만들려는 치열한 탐색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많이 읽히고,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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