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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나무님의 서재
  • 개소리에 대하여
  • 해리 G. 프랭크퍼트
  • 8,100원 (10%450)
  • 2016-10-31
  • : 3,832
주문한 책이 도착했을 때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최근에 에드워드 브룩-히칭의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을 읽었는데(정확히는 아직 읽고 있는데) 거기 등장할 법한 책이었다. 책이 너무 작아서 돋보기나 현미경으로 보는 책이 아닐까 했던 것이다. 그러나 활자 크기는 여느 책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한숨이 나왔다. 양장본 껍데기를 빼고 나면 대체 몇 마디나 들어있을까 싶었다. 일전에 크리스틴 델피 책을 받고 좌절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또 속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책의 페이지 정보도 제대로 보지 않고 주문했다는 자책에 빠졌다.

그런데 웬걸?
이거, 이거, ‘나의 작고 소중한 책‘ 목록에 올릴 만한다.

프랭크퍼트, 이분의 사고방식이 너무 내 취향이다. 유머감각도 내 취향이다. 전혀 웃기려는 의도가 없다는 듯 정색하고 쓰신 게 더 웃긴다. 아무렇지도 않게 bullshit을 연발하시는 것도 내 취향이다. 특히 ‘shit‘에 대해 침착하고도 정교한 분석을 하시는 부분이 백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었던 사람에게 물으니 ‘어렵다‘, ‘재미로 읽을 책은 아니다‘라고 하던데,
왜 이게 재미가 없어? 너무 재미있는데? 애들 아침상 차리기 전에 다 읽어 버렸고, 애들 학교 보내고 다시 읽었다. 너무 웃겨서.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아래 기사 때문이었다.
내가 직접 읽어 보고 AI가 하고 있는 것이 헛소리인지 개소리인지 판별하려 했다. 그러나 친절하게도 옮긴이가 이미 그 고민을 하셨더라. 옮긴이의 말에 그 부분이 있어 밑줄긋기로 옮겨둔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45165.html#cb

bullshit은 사전적으로는 헛소리, 허튼소리, 엉터리, 실없는 소리, 허튼 수작, 허풍, 과장, 바보같은 소리, 터무니없는 소리 등으로 번역된다.
2015년도 서울대학교 논술 지문에서는 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실으면서 ‘빈말‘로 번역하였고, 철학 명저를 요약 소개한 책 《짧고 깊은 철학 50》 (흐름출판, 2014)에서는 ‘헛소리‘로 번역한바 있다. 역자도 처음에는 개소리라는 비속어보다는 헛소리 정도로 옮기는 게 좀 더 철학책의격에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헛소리라고했을 때는 난센스와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이 발- P70
목을 잡았다. 또한 헛소리에는 무의미한 말이라는 뉘앙스가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bullshit은무의미한 말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었다. bullshit에는 화자의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게 저자의 논지이기 때문에 이를 무의미한 말로 옮기는 것은어딘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정적인 것은 이책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실렸을 때 도서명이 ‘On Bull__-___‘이라고 표기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bullshit의 번역어는지면에 싣기에 부적절한 단어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 더 비속어 느낌이 들도록 ‘개소리‘로 번역하게 되었다.-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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