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전시회 등은 여럿 가본 나지만 공공예술을 앞에 두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생소함을 넘어 감히 궁금해한 적조차 없었다. 왜 나는 그동안 분명히 스쳐지나갔을 그 존재들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을까. 그런 물음을 한 번씩 들게 하는 책이었다.
익숙한 장소와 낯선 공간들. 그 사이마다 당당히 서 있는 조형물들엔 제각기 다른 사연과 스토리가 있다. 어쩌면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일상이 되는 길 위에도, 예술이 있었다.
그렇다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조형물들은 예술성과 대중성 그 사이 어디쯤에 있으려나. 아무튼 주변과 조화를 이뤄내며 묵묵히 존재하고 있을 그것들에 한뼘이나마 더 가까이 다가간 기분이다. 다음에 그 비슷한 것을 만나게 된다면 무심함을 살짝 덜어 조금 더 시선을 마주치고 있을 것만 같기도 하고.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심지어 관람선을 지키지 않아도 좋다. 언제든 편안하게 산책하듯 다가가 만날 수 있다.- P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