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각 계절마다 선정된 시와 소설들이 한 편씩 담겨 있고, 그 작가들의 인터뷰까지 엮여 만들어진 400페이지 남짓의 작품모음집이다. 손에 쥐고 있을 때 다른 보통의 책보다 괜히 더 묵직하게 느껴지는데, 아마 어디 하나 빈틈없이 꽉 차 있는 구성의 책이기 때문인 듯 싶다.
모두 여성이 화자고 작가로서 이야기되고 흘러가는 작품들이며 하나 하나에 서로 다른 무게감이 실려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한 작품을 읽고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특히 최은영 작가님의 소설 '답신'의 여운은 아직도 남아 나를 먹먹하게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굴려봐야 하는 문장들이 많아서 작품이 끝날 때마다 곧바로 이어지는 작가들의 인터뷰도 반가웠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을 넘어 만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읽는 속도가 더뎌지기는 했지만. 그저 눈으로 읽었을 뿐인데도 많은 것들을 몸소 지나쳐 온 기분이었고 마지막 장까지 힘겹게 넘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묵직한 손과 마음이 나쁘지 않았다.
이게 시인지 일기인지 잡념의 배설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마음속에 소용돌이 치는 단어들을
꺼내놓지 않으면
영원히 속에 박혀버릴 것만 같았다.
그게 내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 P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