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기에 어딘가 판타지나 미스터리의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과 표지다. 그러나 책장을 넘겨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자 오롯이 불완전하고 자비없는 현실 한가운데에 놓인 한 여자가 있었다. 그러다 별안간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여자. 그렇게 6년이 지나버린, '실종'이었다.
누군가에겐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되는 죽음과 끝, 그러나 또 다른 누구에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무한한 미련과 믿음으로 남아있기도 하는 실종. 거기에 30억의 보험금과 수령인, 홀로 남은 남편이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이것은 또한 단순한 실종 사고가 아닐 것만 같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그런 마음들로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는 예상이 될 법하면서도 짐작도 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소설은 어느 날 의뢰를 받고 실종된 여자를 찾아가는 한 민간조사원의 시선을 줄곧 따라가는데, 직접 발로 뛰고 주변 사람들을 만나 관련된 일화를 들으면서 짜여지는 그의 추리는 곧 여자의 삶 그 자체를 그려나가는 것과 같기도 하다. 한때 형사였던 자로서 갖춰진 노련함과 추리로 조사는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촘촘히 엮이고 덧붙여지는데, 이를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400페이지가 넘는 꽤나 긴 분량임에도 빨리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소설을 다 읽고 나니 곧바로 제목과 표지로 돌아와야 했다. 얼굴과 목, 귀와 몸통을 경계로 그어진 선. 다만 그 안에 선 자의 얼굴과 표정에 오롯이 주목하게 되면서 '화성의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시작과 끝으로 이루어지는 시간 속엔 나조차도 몰랐던 그 너머의 것이 있다고, 그래서 다만 지켜보고 곁에 머물러 있음이 유의미해지는 것임을 느끼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을 멈추고 표지 속 인물의 얼굴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들은 동일한 고통 속에 놓여 있다.
둘 다 저마다의 화성에 버려져 있다.
척박하고 황량한 땅에 홀로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