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 밤 늦게까지 자지 않고 보석을 디자인했다. 내가 디자인한 것은 산책용 발찌로, 이 발찌를 차면 걸을 때 밝은 노란색 흔적이뒤에 남는다. 그래서 행여 길을 잃어도 왔던 길을 찾을 수 있다. 또결혼반지도 한 쌍 디자인했는데, 이 반지는 그것을 낀 사람의 맥박을읽어내서 심장이 뛸 때마다 붉은색으로 번쩍이며 다른 반지에 신호를 보낸다. 황홀할 정도로 예쁜 팔찌도 디자인했다. 일 년 동안 제일좋아하는 시집에 고무 띠를 감아놓았다가 빼서 차고 다니는 것이다.- P150
애나를 생각하고 있어, 그녀 생각을 다시는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내놓아도 좋으련만, 나는 잃어버리고 싶은 것에만 집착한단다, 우리가 만났던 날을 생각해, 애나의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를 만나러 올 때 그녀도 따라왔지, 두 분은친구였다, 전쟁 전에 그들은 예술과 문학을 논했어, 하지만 일단 전쟁이 시작되자, 두 분은 전쟁 얘기만 했지, 멀찍이서 그녀가 다가오는 모습을 봤어, 나는 열다섯이었다, 그녀는 열일곱이었고, 우리는아버지들이 안에서 이야기할 동안 잔디밭에 같이 앉아 있었어, 우린어쩌면 그렇게도 어렸을까? 딱히 화제랄 것도 없었지만, 꼭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어, 우리는 잔디를 한 주먹 가득 쥐어 뽑았어, 내가 그녀에게 독서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자, 그녀가 대답했어, "아니, 하지만 아주, 아주, 아주 좋아하는책들이 있어," 그녀는 늘 이런 식으로 같은 말을 세 번씩 되풀이했단다. "춤추는 거 좋아하니?" 그녀가 물었어, "수영 좋아해?" 내가 물었어, 모든 것이 불꽃을 올리며 폭발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까지 우리는 서로를 쳐다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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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고, 내 마음도 그녀를 따라갔어, 하지만 나는 내 껍질과 함께 남겨졌어, 그녀를 다시 만나야 했어, 왜 그래야만 하는지 나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가 없었지,그래서 그 욕망이 아름다웠던 거야,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잘못이 있을 수는 없는 거란다.-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