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내가 마주친 발달장애인들을 기억해본다. 아이가 다녔던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는 발달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발달장애 청소년들은 어머니 또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보호자들과 함께 외출하는 모습을 대중교통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일터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마주친 기억이 나질 않는다. 더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더더욱 본 기억이 없다. 유치원에서, 초중고에서 통합교육을 받거나 특수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일반고에서 특수학급을 담당하는 특수교사 ‘권용덕’ 선생님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라는 책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발달장애 당사자와 보호자인 부모, 그리고 장애인 가족들과의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방식인데, 장애 당사자가 왜 스스로의 장애를 인정하고 수용하기 어려운지, 특수학급에서 받는 교육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장애인의 자립과 독립은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요’라는 현준의 이야기였다. 일자리라고 하면 왠지 ‘성과’와 ‘효율’이 떠오르고, 비장애인도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은데 발달장애인이 일할 자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음도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보조강사로 일하기도 하고, 도서관 사서 보조로 일하기도 했다. 모두 비정규직 일자리이며 반일근무와 최저임금을 제공하는 곳이라 고정적인 생활비를 지불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었지만, 그는 스스로 성취감도 느끼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느꼈다고 한다. 우리가 발달장애인의 ‘노동’을 비장애인의 ‘노동’과 다른 기준으로 받아들인다면,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는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은 조금 기다려주고, 조금 더 지원하면 시간이 더 걸릴 뿐이지 얼마든지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에게 ‘노동’이라는 개념을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한다(p.84).”
또한,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언급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상대적 자립’으로 볼 필요가 있다, 상대적 자립이란 완전한 자기결정권에 기반을 둔 자립 생활이 어렵다 하더라도, 개인의 기준에서 이전 생활보다 상대적으로 더 자립적 생활이 가능하다면 이를 자립으로 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사람들의 지원을 받으며 주체적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닌 개개인의 자립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지원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가 자립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이러한 지원의 연결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선택학 결정하며 ‘자립’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p.144-145).”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몫을 하는 인간이라기 보다 사회적 비용과 돌봄의 노고를 제공해야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인식할 뿐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일할 기회와 권리, 이동과 학습의 자유,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면 어떨까. 이들에게 동일한 기회와 자원이 ‘당연하게’ 주어진다면 발달장애는 우리 사회에서 더이상 ‘장애’로 인식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p.228).”라는 질문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가 품어야 할 질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