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eitherside님의 서재
  •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레슬리 제이미슨
  • 16,200원 (10%900)
  • 2024-12-06
  • : 1,753

<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기찻길 옆 소방서 근처의 서블렛 아파트에서 한 살 아이와 단 둘이 시작하는 삶.

이 책은 산도(産道)처럼 생긴 그 아파트에서 시작된 그간의 긴 이야기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했다.

싱글맘의 고군분투 이야기나 아이로 인해 온전히 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이야기, 아이로 인해 엄마로서의 삶뿐 아니라 내 어머니의 삶까지 짚어보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했다.

그러나 그녀는 일상의 순간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집요하게 붙잡는다. 감정의 밑바닥에 자리한 불안과 두려움까지 끄집어내며 잊고 있던 그 시절의 나와 나의 상념들까지 강력하게 소환한다. 분명 희미한 기억들인데 렌즈를 들이대고 계속 줌인해서 확대하고 또 확대해보니 또렷해지는 그 순간의 감정들. 기억은 선명해지고 눈앞은 흐려진다.

육아를 하면 할수록 ‘본연의 나’는 ‘육아하는 나’와 공존할 수 없다는 불안만이 매일의 소회였다. 나는 엄마들 사이에서도, 엄마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스스로를 소외하며 내가 될 수 있었던 ‘다른 버전’의 나를 상상하는 일에 집착했다. 모든 선택을 한 것은 나였음에도 이 상황을 만든 것은 늘 ‘아이’라고 생각하며 원망했다.

‘더 나은 엄마’와 ‘더 나은 나’는 정말 공존할 수 없었을까?

제발 지나가라 애원했던 시간들은 이미 과거에 남겨져 있다. 그때는 소중한지 몰랐던, 너무나 아까운 날들.

이제는 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인 채로 또 새로운 날들이 시작된다는 것을. 힘들었던 오늘 역시, 미래에는 간절히 바랄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날들이라는 것을.

레슬리 제이미슨은 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균열 없는 삶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모든 아름다움은 때 묻은 것이라고.

지난한 일상 속,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아름다움은 분명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