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적으로 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가 각광받고 있다. 몸에 장착할 수 있는 기기를 말하는데, 스마트 손목시계가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 폰의 일부 기능을 담은 이 시계는 현재 각종 IT업체에서 소비자들에게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또한 이제 곧 출시 예정인 스마트 글라스와 구글 콘택트렌즈, 건강관리 전용 손목시계들도 유비쿼터스 시대의 진화를 재촉하고 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스마트 기계들에 적응할 틈도 없을 지경이다.
‘세상 참 편해졌네.’ 부모님 세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말 그대로 세상은 정말 편리해졌다. 이제 더 이상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행여나 약속 시간에 늦을까 안절부절 하지 않아도 되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기 위해 레코드숍에 가지 않아도 된다. 불과 20년 만에 세상은 이렇게 변했다. 넘치는 정보와 기계들 속에서 우리의 삶은 편할 대로 편해졌다. 그런데 우리는 왜 불안과 우울증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까? 어떻게 해야 마음이 편해질까? 작가는 간단히 대답한다. '불편함을 즐겨라!'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작가가 치료했던 환자들의 이야기로 ‘편안함’의 역설을 설명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에 동요를 하게 되면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는데, 이 때 내면에 존재하는 ‘생존본능’이 순간적으로 편안해지기 위해 나쁜 습관을 만들어 질병의 뿌리를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2부는 ‘불편함’을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의 삶에서 ‘불편함’은 결코 완전히 없앨 수 없으며,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오히려 성장과 변화로 이어지는 기회가 된다고 말한다. 이 모든 주장은 뇌과학과 심리학 이론에 기초한 실제 연구결과로 설득력을 갖춘다.
책 제목에 ‘배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역발상을 의미하는 단어는 역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와 비슷한 책으로 《긍정의 배신》(바버라 에런라이크, 2011)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겠다. 현대인에게 만연한 긍정주의가 결국 우리의 발등을 찍는다는 내용인데, 《편안함의 배신》에도 잘 나타나있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신경외과 전문의를 만나 수술을 받으라거나, 다음에 불안이나 초조함을 느낄 때면 그저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라는 말만 반복하라는 황당한 주문을 내놓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27p)
두 책 모두 상당히 현실적이다. 긍정과 부정이라는 환상에 빠지지 않으려면 비판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말에는, 현대인은 편안함을 추구하며 습관적으로 현실에 안주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이와 유사하게 단순해진 현대인의 사고방식을 꼬집는 책도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 2011)에서는 기술과 도구의 발전이 사람의 지적 사고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낱낱이 해부하며, 사고력을 스스로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종합해보면 결국 하나의 핵심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편안함’의 모순이다.
지금까지 ‘편안함’을 부정하는 책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편안해지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우선순위를 매기며 계획대로 사는 방법에만 치중한 책이 즐비했다. 그런 책들은 늘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유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빠져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현대인에게 ‘불편함’이란 필요악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가 성장하고 적응하고 더 나은 변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불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불편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고통을 참으라는 말밖에 더 되나 싶었다. 그러나 정말 믿지 말아야 했던 것은 나의 안일한 고정관념이었다. 순간의 ‘불편함’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여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야한다. 정글 같은 세상에서 진정한 생존을 원한다면 이 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