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의
정의가 뭘까.
그
궁금증이 책을 집어 올리게 만들었다.
대충
한자어로 생각해보면 ‘과실이
부서지다’
정도의
뜻이려나.
지레
짐작하고 읽어 내려가니 책의 끄트머리에서 작가는 물었다.
‘그래서
당신의 결론은 破果입니까,
破瓜입니까.’
이야기는
은퇴 직전의 방역업자인 ‘조각’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방역업자’란
소위 음지에 존재하는 ‘살인청부업자’를
나름의 은어로 표현한 것이다.
늙어버렸지만
지켜야할 것이 생긴 ‘조각’과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조각이 연정을 품었던 ‘류’,
뒤틀림과
냉소로 무장한 젊은 방역업자 ‘투우’,
‘조각’
때문에
위험에 처하는 ‘강
박사’네
가족 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방역업자로서의 삶이 서서히 어떤 연민과 회환으로 번져가는 과정은 잔혹하지만 먹먹하게 드러난다.
“최고의
시절에 누군가의 입속을 가득 채웠어야 할,
그러지
못한,
지금은
시큼한 시취를 풍기는 덩어리에 손을 뻗는다.
집어
올리자마자 그것은 그녀의 손안에서 그대로 부서져 흘러내린다.”작가는
언젠가 냉장고 속에 있던 형태를 알 수 없는 과일을 보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한때는
눈부시고 달콤했으면서,
어느새
생명을 다한 것처럼 부서져 흐르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 다름없어 보인다.
과일인지
쓰레기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은 하루빨리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생각을 사람에게 대입할 수도 있게 된 요즈음이라 더욱 그렇다.
형태가 변해도 속성은 변치 않는데, 그
상실감과 허무함이란 참 간사한 마음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파과’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과실이
부서지다’는
뜻의
破果와
‘16세의
나이’라는
뜻의
破瓜.
‘파과’에는
생기 넘치는 젊은 시절의 삶부터 볼품없고 주름 가득한 노년 시절의 삶이 모두 담겨있다.
사람의
일생을 나타내기에 이렇게 적합한 단어가 또 있을까.
틀린
답일테지만 나는 작가의 물음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波姱(물결 파, 아름다울 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