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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84님의 서재
  • 임백준의 대살개문
  • 임백준
  • 16,200원 (10%900)
  • 2016-05-01
  • : 229

개발자의 삶이란 무엇인가. 미국이고 한국이고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코딩이 왜 중요할까? 개발자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개발자'란 직업 자체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단어였다. 그만큼 그들만의 리그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지금이 이름 모를 프로그래머가 묵묵히 밤을 지새우며 수행한 노동의 결과가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시대라는 사실은 기억하기 바란다. 
(중략) 사회 전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다. 
- 본문 <나는 프로그래머다> 중

<임백준의 대살개문>은 우리가 몰랐던 개발자들의 세계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그 안의 부조리와 해결법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개발자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충격에 가까운 깨달음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들만의 필독서로 봐야 하는가. 아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발자 대신 어떤 직업을 넣어도 성립하는 내용에 있다. 마치 프로들의 필독서로 불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근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처럼, 이 책은 <개발자를 통해 본 기업문화>로 부르고 싶다. 저자는 척박한 한국의 기업문화에 대해 거침없이 메스를 들이댄다. 

핵심은 지속 가능한 양질의 집중력을 하루 평균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코드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중략) 그대가 프로그래머라면 하루에 2시간 이상 코드를 생산할 수 없다고 해서 조금도 자책하지 않기 바란다. 그대의 상사가 야근을 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되 ‘시체처럼 앉아 있기’ 이상을 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 본문 <야근은 미친짓이다> 중

야근이 미친 짓인 줄은 다들 알지만, 야근을 할 때는 '시체처럼 앉아 있기' 이상을 하지 말라니, 저자의 확신에 찬 말투에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느껴진다. 지속 가능한 일하기를 꿈꾸는 내게 그 어느 때보다 쾌감을 준 대목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책 <야,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에 앞서 시체처럼 앉아 있기를 주창한 분이시다. 

저자 임백준은 뉴욕의 프로그래머로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를 진행하면서 국내 개발자 문화 및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기고해왔다. 이 책은 그간 쓴 칼럼을 모은 것으로, 최신 IT 이슈를 담고 있으며 가독성 또한 좋다. 개발자와 개발자를 고용하는 기업 경영인, 개발자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앞으로의 기술 시대가 궁금한 일반인들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서다(IT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도 3부 기술 파트만 제외하고 무리없이 읽을 수 있다).

최근 알파고 충격으로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모종의 두려움을 갖게 되었지만, 연일 쏟아지던 뉴스 이후로 IT전문가의 입장에서 현재 스코어가 어떤 상황인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지 차분히 알려주는 컨텐츠는 없었다. 

일반인들이 그저 불안에 떨고 지나갔던 카드정보유출 사건이나 오바마 정부의 지지율을 크게 떨어뜨렸던 소프트웨어의 힘,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의 초점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보고 느낀 전문가로서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을 속도감 있게 풀어냈다. 그의 시선을 빌린다면, 다가올 미래를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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