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나, 우주의 관계

어떻게 별은 항상 반짝이는 걸까?
인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어느날 한 청년이 애인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며 바닷가를 거닐고 있을 때, 그녀가 문득 서녘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반짝이는 별들 좀 보세요. 오늘 밤 별이 참 예쁘네요.”
“정말 예쁘네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는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알고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남자랍니다.”
이 얼마나 서프라이즈하고 근사한가?!
별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이유를 알았던 유일한 남자, 그는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핵융합연구의 스승, 한스 베테(Hans Bethe, 1906~2005)였고. 마침 그때가 논문 발표하기 하루 전날이었다. 그는 훗날 그녀를 평생 함께하는 인생의 반려자로 맞이하게 되며 별의 에너지원 발견으로 196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베테는 사랑과 성공을 다 쟁취한 최고의 행운아가 된 것이다.

그래서 별이 빛나는 이유는 무엇? 베테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938년, 별 속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으로 별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이 바로 별이 빛나는 이유임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수만 년 동안 별이 반짝이는 이유를 궁금해 했던 인류는 베테 덕에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구상에서 최초로 별이 빛나는 이유를 알아낸 낭만적인 남자 한스 베테는 사실, 핵융합 연구의 기원을 만든 과학자였기에 대량살상 무기인 원자폭탄 또한 개발했지만, 오늘은 낭만만 생각하기로 한다.^^

50이라는 나이,
우주를 알기에 딱 좋은 시기?
“땅만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보라.”
몇 해 전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이다.
일찍이 공자는 “나이 쉰이면 천명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공자 시대의 쉰 살과 지금의 쉰 살은 얼핏 생각해도 많은 차이가 있겠다. 작금의 50대는 자녀가 있다면 대학 등록금이나 취준생, 만년 공시생 등 자식 뒷바라지에 큰돈이 들어갈 나이이면서, 한편으로는 곧 닥칠 자신의 은퇴를 대비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여서. 지나온 삶도 가야 할 삶도 모두 만만찮은 나이로, ‘공사다망’하여 마음만 급해지는 시기가 50대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시대의 쉰 살은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볼 새도 없이 앞만 보며 살기 바쁘다. 고단하고 슬픈 현실이로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 대표 천문학 작가다. 그는 원래 천문 잡지와 책을 주로 내던 출판사 대표였는데, 어느 날 야근을 하고 밤늦게 퇴근을 하다가 어느 아파트 고층 집 베란다에 걸린 조(弔)등을 보고 정신이 퍼뜩 났다고 한다. 밥벌이에 파묻혀 바쁘게 살다가 아파트 안방에서 어느 날 죽는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고. 그 길로 유년시절부터 가슴에 품었던 별을 원 없이 보고자 강화도로 터를 옮기고 집 베란다에 천체망원경을 걸었다. 그리고 천문학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멋지다! 그용기에 박수를!!

의외로 과학도서No! 자기 계발서!
우주와 자아를 사유하고 탐구한다
이 책은 ‘우주의 탄생부터 종말까지’, 다양한 별과 우주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줄 뿐만 아니라 우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삶과 업적을 담았다.
1강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에서는 우주와 별의 탄생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팽창우주를 주창한 조르주 르메트르, ‘허블의 법칙’을 찾아낸 에드윈 허블과 밀턴 휴메이슨의 이야기가 나온다.
2강 ‘만물의 근원인 수소가 맨 처음 한 일’에서는 별이 반짝이는 이유인 ‘핵융합’을 알아낸 한스 베테, 별의 죽음인 ‘초신성 폭발’과 생명의 시작 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3강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에서는 별이 모여 사는 은하를 다룬다.
4강 ‘우주는 얼마나 클까?’에서는 우주의 광활함을 알아본다.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유명한 사진과 관련된 이야기부터 시작해, 태양계 너머로 항해를 떠난 보이저 1호의 경로를 추적해본다. 그러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얼마나 거대하고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프리드리히 베셀, 헨리에타 리비트 등 일반은 잘 모르지만 천문학사에 이름을 깊이 새긴 이들의 삶들도 곁들인다.
5강 ‘우주는 끝이 있을까?’에서는 유한하나 끝이 없는 우주에 대해 알아본다.
6강 ‘우주에서 가장 기괴한 존재, 블랙홀’에서는 블랙홀, 화이트홀, 웜홀 등을 알아본다.
7장 ‘알수록 신기한 태양계 동네’에서는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본다.
8강에서는 ‘다정한 형제, 지구와 달 이야기’를 알아본다.

인간을 소우주라고도 표현하는데, 과학이 나날이 진보발전해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계속해서 탐구해나가야 할여전히 미지의 세계 인 나라는 우주. 그러하기에 별을 바라보며, 우주를 사유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며 더 넓게 깊게 살아가야겠다 싶은.
아름답게 소용돌이치는 은하에도 거대한 별들이 몇 만, 몇 십만이 단숨에 집중해 탄생하는 현상이 있다. 그것이 ‘스타 버스트’라고 천문학에서 말하는 폭발적인 별의 형성이다.
은하가 선명하고 강렬한 빛을 발하는. 장대한 대우주의 드라마가 시작되는, 지금 그 새로운 그 때!
끊임없이 반복되고야 말 탄생과 회기.
이 거대한 우주속 창백한 푸른점 지구에 기생하는 티끌보다 못한 나란 존재는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오고 있지만, 결국 나를 이루는 원자가 모두 흩어지는 날이 오면 다시 나의 근원인 우주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알려진 대로 바로 '빅뱅'에 의해 우주는 생겨났다.
처음 빅뱅이론을 주장했던 르메트르는 우주의 창조를 불꽃놀이에 비유했는데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
P.34
약 300년 전인 17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수학자·물리학자·역사학자이기도 한 팔방미인형의 천재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1646~1716)는 “왜 세상은 텅 비어 있지 않고 뭔가가 가득 차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미적분의 발견 업적을 놓고 뉴턴과 다툰 것으로도 유명한 라이프니츠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이 세상이 환상일 수도 있고 모든존 재는 꿈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 이것들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우리가 환상에현혹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말하자면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 곧 만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 하는 원초적인 물음이었지만, 이런 천재도 끝내 그 정답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만물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P.44~45
허블의 발견에 따르면, 우주 팽창은 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내가 만약 이웃 안드로메다 은하로 가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곳을 중심으로 모든 은하들은 나로부터 멀어져가고 있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은하들은 이처럼 서로 후퇴하고 있다. 이 경우 은하들이 스스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팽창은 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하 간 공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은하들은 늘어나는 우주의 카펫을 타고 서로 기약 없이 멀어져가고 있는 셈이다.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그러므로오늘 우리가 사는 우주는
어제의 우주가 아니며, 내일의 우주는
오늘의 우주와는 또 다르다는 얘기다.
우주는 머물러 있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기에 어제의 우주와 다른 오늘의 우주에 우리는 살고 있고 또 다른 미래의 우주에 살 것이다.

그렇다면 빅뱅의 우주공간에 최초로 나타난 물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원소기호 1번인 수소다. 불꽃놀이 같은 폭발이 일어나고 연기가 가득 차게 되는데 그 연기가 바로 수소 구름이라는 거다. 즉 세상 만물은 수소에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
P.70
만물의 근원인 수소가 빅뱅 우주공간에 나타나 맨 처음 한 일은 뭉쳐져서 저렇게 별들을 만든 것이다. 지금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저 태양도 그처럼 수소가 만든 별이다.

이렇게 생긴 우주의 구조는 어떨까?
우주는 은하들의 층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사실 지구라고만 해도 크기가 얼른 상상되지 않는데 지구를 포함한 우리 은하 그리고 그런 은하들의 층층 구조로 이루어진 우주라니. 도대체 얼마나 넓다는 말인가?
흔히 우리가 너무 멀리 갔다는 표현을 쓸 때 안드로메다로 갔다고들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안드로메다도 은하의 한 종류다.

별들이 모여 은하를 만들고 은하들도 서로 떼 지어 모여 다니는 습성이 있는데 우리 은하도 이런 은하 부락의 한 구성원이다. 그리고 그 부락의 하나인 안드로메다은하. 이 부락의 이름은 국부은하군이라고 하고 그 크기는 지름 500만 광년이라고 한다. 500만 광년이란 크기가 짐작이 되는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의 국부 은하와 그런 은하들의 층층 구조인 우주. 정말 무한하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P.85
우리는 별에서 몸을 받아 태어난 별의 자녀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메이드 인 스타’다. 만약 별의 죽음이 없었다면, 죽으면서 아낌없이 제 몸을 우주로 내놓지 않았다면 여러분이나 나, 그 어떤 인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나와 별, 나와 우주의 관계다.
P.90~91
만고에 변함없이 보이는 별자리도 사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모습이 바뀐다. 별자리를 이루는 별들은 저마다 거리가 다를 뿐만 아니라, 항성의 고유운동으로 인해 1초에도 수십~수백 km의 빠른 속도로 제각기 움직이고 있다. 다만 별들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그 움직임이 우리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 별자리가 정해진 이후 별자리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별의 위치는 2천 년 정도의 세월에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더 오랜 세월, 한 20만 년 정도가 흐르면 하늘의 모든 별자리들이 완전히 변모한다. 그때까지도 지구상에 인류가 생존한다면 그들은 지금 밤하늘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별자리들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별자리마저 덧없다고 여기지는 말자. 기껏 해야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에겐 그래도 별자리는 만고불변의 하늘 지도이고, 당신을 우주로 안내해 줄 첫 길라잡이니까.

P.100
밤하늘에 동서로 길게 누워 가는 이 빛의 강, 은하수를 서양에서는 밀키웨이milky way라 일컫는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은하수는 제우스의 부인 헤라 여신의 젖이 뿜어져 나와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은하수를 미리내라고 불렀다. ‘미리’는 용을 일컫는 우리 고어 ‘미르’에서 나왔고, ‘내’는 강이란 뜻이므로, 한자로는 용천龍川, 곧 용의 강이다. 미리내란 우리 이름이 밀키웨이란 말보다 훨씬 멋지고 품위 있어 보인다. 태양계가 있는 우리은하를 그래서 미리내 은하라고도 한다. 흔히 ‘우리은하’로 부르는데, 우리나라처럼 붙여 쓰는 게 자연스럽다. 영어로는 밀키웨이 갤럭시라 하고, 또는 머리글자를 대문자로 써서 그냥 갤럭시The Galaxy라고도 한다.
P.121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km다. 이걸 1천문단위 AU라 하여 태양계를 재는 잣대로 쓰인다. 이게 대체 얼마만
한 거리일까? 천문학은 감수성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가장 간단한 답으로는, 1초에 지구 7바퀴 반을 도는 초속 30만 km인 빛이 8분 20초 걸려 주파하는 거리다. 초로는 약 500초인데, 달까지의 거리의 약 400배에 달하며, 시속 100km의 차로 달리면 무려 170년이 걸린다. 우리가 해바라기처럼 올려다보는 태양이 실제로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먼 거리에서 내뿜는 별빛이 이리도 뜨겁다니 참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이것이 태양 표면 온도 6천도의 위력이다. 태양이 만약 10%만 지구 가까이에 위치했다면 지구상에는 어떤 생명체도 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부디 태양이 그 자리를 지켜주기만을 기도해야 한다.

P.150
우주에 관해 가장 궁금한 것 중의 하나는 “과연 우주는 끝이 있을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이 우주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우주의 끝이라고 할 만한 게 있기는 한 것일까? 우리의 경험칙에 비추어보면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다. 그런데 이것을 우주에 적용하면 ‘에러’가 뜬다. 끝이 있다는 것은 그 바깥으로 다른 무언가가 또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주에 끝이 없다면 크기가 무한대라는 뜻인데, 일찍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무한대는 상상의 산물일 뿐 실재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삼단논법으로 멋들어지게 증명한 바 있다. “무한대라 하더라도 유한한 것들의 집합일 수밖에 없다. 유한한 것들은 아무리 합쳐봐야 그 결과는 유한하다. 그러므로 무한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P.152
우주에는 중심과 가장자리란 게 따로 없다. 내가 있는 이 지점이 우주의 중심이라 해도 틀린 얘기가 아니다. 우주의 모든 지점은 중심이기도 하고, 가장자리이기도 하다.
P.157
물체는 시공간의 모양을 결정하고, 그와 동시에 시공간의 모양은 물체의 운동을 결정한다.
P.158
독일 물리학자 막스 보른(1882~1970)은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우주의 개념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세계의 본질에 대한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의 하나”라고 평했다. 현재 우주의 크기는 약 930억 광년이라는 NASA의 계산서가 나와 있다. 138억 년 전에 태어난 우주가 이처럼 큰 것은 초기에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했기 때문이다. 이를 인플레이션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하지만, 우주는 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구애받지 않는다. 어쨌든 현대 우주론은 우주의 끝에 대해 이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 “우주는 유한하나 그 경계는 없다.”

나는 누구인가? 를 알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이 있는 곳 우주를 알아야 한다.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와 나의 관계는 무엇인가? 를 확실히 깨우칠 때 우리는 보다 균형 잡힌 삶, 아름다운 삶을 살아 갈수 있을 거라고.
이 우주 속에서 원자 알갱이 하나도 잠시 제자리에 머무는 법이 없기에. 이처럼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이 쉼 없이 움직이는 것이 바로 이 대우주의 속성인 것이다. 일체무상이다.

오십이지천명(五十而地天命) 이란 『논어』의 한 구절로, 천명이란 인생의 의미 외에도 넓게는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우주의 섭리나 원리 또는 보편적인 가치임을 예로 들면서, 저자는 사람이 백 세 인생에서 절반쯤 살았다면 이제는 천명을 알 때도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가 언급하는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나이는 아직 아니지만,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인생을 생각하게 되는, 책을 읽으면서 우주와 함께 인생을 사유하게 된다.

P.183
블랙홀에 관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만약 내가 블랙홀 안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문제다. 일견 무시무시한 상상이긴 하지만, 이 문제는 변함없이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론이 바로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다. 블랙홀 가까이 접근하자마자 모든 사물은 가락국수처럼 길게 늘어져버린다는 얘기다. 이유는 이렇다. 블랙홀의 가공스런 중력이 당신 몸의 각 부분에 작용하면서 그힘의 차이로 인해 몸이 길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중력의 크기가 당신의 지금 키만큼 유지되게 해주고 있는 정도지만, 블랙홀 안으로 떨어지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먼저 당신의 발이 블랙홀로 접근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블랙홀의 엄청난 조석력이 머리보다는 발쪽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 발끝과 머리에 가해지는 중력의 차이는 이윽고 지구의 총중력과 동일하게 된다.
P.209~210
태양계를 한번 둘러보면, 이 동네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지구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늘도 하늘에서 빛나는 저 태양이야말로 태양계의 지존이다. 무엇보다 태양계 모든 천체들이 가진 전체 질량 중에서 태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무려 99.86%다. 나머지는 고작 0.14%다. 놀랍지 않은가? 여덟 행성과 수많은 위성, 수천억 개에 이르는 소행성, 미행성, 성간물질 등 태양 외 천체의 모든 질량을 합해봤자 0.14%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그 부스러기 중에서 목성과 토성이 또 90%를 차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70억 인류가 아웅다웅 붙어사는 지구는 태양계라는 큼직한 곰보빵에 붙어 있는 부스러기 하나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태양의 실체이고, 태양계라는 우리 동네의 놀라운 실제 상황이다.
P.275
우리가 우주를 사색하는 것은 이러한 분별력과 자아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다. 그것은 곧 ‘나‘를 놓아버리고 ‘나‘를 비우는 일이 아닐까. 우리 모두의 앞에 있는 죽음이라는 것도 어쩌면 우주가 ‘나‘를 비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우주에서 생명이란 언젠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우울한 사실은 변함 없겠지만, 그래도 하나의 위안은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베푼 자비라고나 할까, 우주의 종말이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에 고작 찰나를 사는 인간의 운명과 연결 짓는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라는 점이다.
별이 남긴 물질에서 몸을 일으킨 인간이, 내가, 스스로를 자각하는 존재로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물질의 대향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기적이요 우주의 대서사시가 아니고 무엇이랴!
결국 우주의 모든 물질들은 블랙홀로 귀의하고, 다시 10108년이 지나 모든 블랙홀들도 결국 빛으로 증발해 사라지고 나면 우주에는 약간의 빛과 중성미자, 중력파만이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종국에는 모든 물질의 소동은 사라지고, 우주의 무질서도를 높이는 어떠한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 즉 시간도 방향성을 잃게 되어 시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고, 우주는 영원하고도 완전한 무덤 속이 되는 것이다.

기나긴 우주진화의 여정 속 어느 한 지점에 잠시 머무는 우리는 생과 멸이 끝없이 윤회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자각을 가져야 하며, 결국 ‘나’란 존재는, ‘너 아닌 나’라고 주장할 바 없는, 광막한 허공 중에 잠시 빛났다가 스러지는 한 점 불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분별력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세계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지구의 모래보다 약10배 쯤 많다는 우주의 별. 그렇게 수많은 별들을 오래 잊고 살아 온 것은 아닌지. 아득한 거리와 시간의 역사를 지나 지금 우리 앞에서 반짝이는 어마무시한 별의 존재감.
광대한 아니 무한한 우주에 우리는 비록 티끌만도 못한 존재감일런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스타더스트인 거라서. 이 광대한 큰 세계의 축복과 케어를 근원적으로 갖고 태어난 거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우주적 사색과 우주적 사랑 하나 쯤 가슴에 품어 봄직 하지 않은가.
우리가 우주를 사색하는 것은. 자아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함이다. 나를 비우고 나를 탐구하는 시간. 선조들이 그토록 하늘과 별 우주의 흐름을 중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음 이렷다.

땅만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보라. 호기심을 가져라.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자. 상상력을 가지자.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세상에는 해낼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언제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