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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_grimm님의 서재
  •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 조아연
  • 15,840원 (10%880)
  • 2020-09-19
  • : 18

"나라는 사람은 늘 타협하고 도망치고 엉망으로 넘어지면 바보같이 끊어버려야 할 일들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여행은 그저 훌쩍 떠나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중에서.
 
나에게도 여행의 또 다른 메타포는 휴식이나 힐링 이전에, 회피 혹은 도피, 일탈이었기에 가슴속에 콕 박히는 문장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비록 순간적이고 한시적 일지라도 떠나는 그 순간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잊게 되기에, 도피해야만 하는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면 쉽게 부응한다. 즐거움과 동시에 하나의 충동으로서 여행은 도망의 욕구를 확실하게 충족시켜 준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늘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떠남을 갈망하면서 일상을 버팅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저 먼 곳을 찾아 떠나야지. 언젠가는...
다만 조건과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서 망설이고 기다리는 것일 뿐. 떠나버리고 싶은 욕망이 습관적인 충동처럼 우리들의 자의식 속에서 늘 꿈틀거리고 있음을 부인할 사람이 몇이나 될 런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삶의 모든 제약이자 핑계거리가 된 요즘, 저 먼 곳, 이국(異國)에의 여행은 실천은커녕 꿈조차 못 꾸는 때인지라 간만, 먼 곳에의 여행 기록은 간접체험으로서의 여행 같아서 나름 신선했다. 글도 사진도 사실은 너무나 소소하고 일반적이어서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지만, ‘소확행’ 이란 단어처럼 그냥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을, 추억을 함께하는 나름의 미묘한 맛이 있다.

요즘은 기약 없이 무작정 떠나는 충동을 억누르고, 책속으로의 여행으로 심신을 도피시키고 있는 중이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덕분에 경제적이고 바람직한 여행의 플랫폼에 정착하게 된 일인이다.

                                                                                           

 

                                               

           

“우리는 누구나 도망칠 장소가 필요해서 여행을 떠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사랑스러운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그 순간들이 당신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면 그 시간은 당신에게 작은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다 버리고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떠나지 않아도 당신은 충분히 용기 있고 잘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무게에 지쳐 훌쩍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괜찮다. 당신이 길 위에서 만나는 작은 찰나의 순간들이 인생의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되기를 기대한다. 내가 길 위에서 만난 사소하지만 반짝이는 순간들이 잊지 못할 하나의 이야기가 되었던 것처럼 부디 당신의 여행도 그러하길.”

 

- ‘여행이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중에서

 

  

  

 

여행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깊게 알게 되고 때때로는 함께 여행한 사람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흔히 우리는 '어디'에 가는 것보다는 '누구'와 함께 여행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알아가는 데 있어서 여행이 정답은 아니지만, 여행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일상의 자리에서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떠나지 않고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책은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 함께한 사랑하는 이의 이야기, 여행 중 만난 타인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정,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 그리고 친구나 가족에게 느끼는 감정과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거창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소하고 소소한 기록이 담겨있다. 또한 태국, 미국, 모로코,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크로아티아, 포르투갈을 포함한 다양한 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 볼 수 있다.

 

 

  

글 작가와 사진작가는 연인일까?
내심 그러하리라 짐작해보지만 투 샷의 다정한 사진들은 은근 부럽기도 하고 예쁘다. 아~ 예쁜 청춘들!

일상을 살아오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러브러브는 더 이상 설레지 않고 그저 습관처럼 생활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것이다. 단둘이만 떠나는 여행. 간만에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빛은 아니어도 조금은 달콤하게 설레게 서로를 바라보아 줄 수 있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계획해서 만들어 보리라 작정해 본다.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전과 다른 방법으로 무엇인가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황홀하게 멋있는 장소에서 적당히 사진 몇 장을 찍고 불편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수다를 떠는 재미를 알게 되는 것. 20대의 나라면 시간이 아깝고 본전을 뽑지 못하는 것 같아 한 장의 사진이라도 더 찍으려고 애썼을 텐데 30대의 나는 그때의 나와 달랐다. 앞으로 내가 느끼게 될 세상도 어쩌면 지금과 많이 다르겠지 싶었다. 마흔의 내가 소금사막에 온다면 나는 어떤 방법으로 이 근사한 풍경을 즐기고 있을까. 아무리 궁금해도 지금은 알 도리가 없으니 설레는 마음을 품고 천천히 기다리는 수밖에.
 

- '소금사막을 즐기는 방법' 중에서 

     

 

“흔히 우리는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 말한다. 우리의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거운 순간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마음의 상처 또한 내가 가지고 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비록 흉터가 남을지라도 그 자리에는 딱지가 올라오고 새살이 돋는다. 마치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오는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추운계절은 끝이 난다.“

 

-‘상처와 흉터’ 중에서

 

어디에도 초점은 없고, 아무 의미 없이 멍~ 문득, 어디에서 찾아 들어 온 것 인지도 모르는 공허함으로 울적해지는 불면의 밤들이 도래할 때면, 그저 가만히 앉아서 나와의 여행을 떠나 본다. 오늘처럼 책과의 몰입도 좋고, 혼자만의 시간을 유유히 즐길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 특히나 요즘은 더욱.

 

-글. 헬로조안(bluej07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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