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설 | 서평
《성공하는 아이는 넘어지며 자란다》 (원제 : TEACHING KIDS TO THINK)
과잉 육아 시대에 필요한 자기주도적 육아 바이블
* 달린 스윗랜드Darlene Sweetland, 론 스톨버그Ron Stolberg 지음
* 김진주 옮김
* FIKA[피카], 2024.06.20. (초판 1쇄 기준)
“실패 경험은 성공의 씨앗이 된다!”
“좌절과 실패에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아이로 성장시키는 거리두기 육아법”
■ 한줄평 – 과잉 육아 시대, 생각하고 기다리는 사려 깊은 부모 되기 프로젝트
요즘 자주 언급되는 ‘솔루션 육아’.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여러 육아 관련 전문가들의 다양한 “솔루션”들. 지금 한국은 육아 정보 과다 노출 상태다. 중요한 건, 이러한 지식이 쌓여 차분한 지혜가 되는 게 아닌, 빠르게 소비되는 다양한 육아법이 내면에 과도하게 쌓여, ‘완벽한 육아, 완벽한 부모’에 대한 긴장과 강박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과잉 육아” 시대다.
이러한 “과잉 육아” 세태를 시대적 배경과 과학적 시선, 풍부한 경험과 함께 녹여낸 아주 반가운 책이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아동, 청소년 전문 임상심리학자 2인이 자신들의 오랜 임상 사례를 일반인에게도 쉽게 전달하기 위한 사려 깊은 배려가 가득 담긴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모두는 아닐지언정) 오랜만에 많은 부분에서 마음이 통하는 좋은 동료를 만나 자주 고개를 끄덕이게 된 그런, 든든하고 명료한 시간이었다. (밑줄 그으며 미소 지을 내용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서평 포인트 ① - 과잉 육아 시대, ‘해결사형 육아’의 다섯 가지 함정
과잉 육아는 곧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개입’이라 할 수 있다. 책의 첫 소제목이 “부모가 나서는 만큼 아이는 성공과 멀어진다.”이다. 책의 핵심 메시지이자, 저자들이 문제로 제시하는 ‘해결사 부모’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꼬집는 주장이다.
‘솔루션(solution)’이라는 개념은 반드시 ‘문제(problem)’를 전제한다. 즉, 특정한 관점과 근거로, 어떠한 현상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규정하는 일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이를 육아로 연결해보자. 솔루션 육아의 장점은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장면을 일련의 문제(실패, 도태, 부적응 등)로 바라보고 신속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나아가 합당하게 해결하는 태도다.
이러한 해결사적 태도는 다섯 가지 육아의 함정(구해주기 함정, 서두르기 함정, 압박하기 함정, 사주기 함정, 죄책감 함정)으로 드러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육아의 함정은 부모가 아이 대신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를 어려운 상황에서 구해주면서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가로막는 상황을 말한다. (p. 18)”
그렇다. ‘바깥세상은 녹록지 않은 곳(p.18)’이며, ‘치열한 경쟁 사회(p. 19)’라는 환경적, 시대적 요인을 불안하게 느끼는 부모들은 자식에게만큼은 이러한 상황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불확실한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자식들은 상처 없이 안전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스마트 정보 기술의 발달, 각종 편의 문명이 융성하는 요즘, 부모의 이런 불안 제거(문제 해결 행동)는 ‘편리와 편의가 당연한 아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세대’,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여진 아이’, ‘부모와 문명의 이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아이’를 양산해 낼 수 밖에 없다. 즉, ‘전능감’이라는 감옥에 갇힌 채, 자기 욕구와 만족을 지연하거나, 스스로 문제 상황을 유연하고 담대하게 받아들이거나, 자신을 넘어 타인을 사려깊게 고려할 힘이 사라진다. 아니, 부모의 과잉 개입으로 생각하는 힘, 자기 통제력 등이 생기지 않게 가로막는 셈이다.
■ 서평 포인트 ② - 아동, 청소년 전문 임상심리학자가 전하는 진짜 이야기
위와 같이 시대와 현상을 명료하게 진단하며 공감을 얻어낸 저자들은 각 발달 단계와 다양한 상황별로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그치는 전문가가 아닌, 따듯한 멘토가 되어 차분히 한 단계씩 잘못된 육아의 신화를 부수며 그 틈을 꼼꼼하게 메워준다.
“부모 눈에는 아이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는 발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p. 82)”
“실수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모든 일마나 책의 조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p. 338)”
너무 상세한 에피소드가 넘쳐 지면상 담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반드시 책을 읽어보며 각자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적용한다면 많은 위안과 해결이 될 것이다.
■ 서평 포인트 ③ - 진정한 삶의 기예,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결국은 ‘스스로 넘어지고 일어나보는 다양한 과정을 통한 마음의 성숙, 수행 능력의 향상, 숙고하는 힘의 배양’이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 부모는 조급함과 불안함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를 먼저 인지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육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깨우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정한 거리에서 실패와 좌절을 응원하는 멋진 조력자가 되면 된다.
그러니, 생각할 줄 아는 아이를 위해,
먼저 생각하는 부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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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아쉬움이 있다면, ‘성공’이라는 키워드가 주는 대중성 이면에,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 구도로 환원될 소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주장이 또 다른 도그마, 솔루션이 되어 부모들에게 긴장을 주지 않길 바라며 서평을 마친다.
*차라리 이 책의 원제인 《teaching kids to think - raising confident, independent, & thoughtful children in an age of instant gratifications 아이들에게 생각하기 가르치기 - 즉각적인 만족의 시대에 자신감 있고 독립적이며 사려 깊은 아이로 키우기》를 그대로 인용했다면?... 쉽게 다가가지 못했겠지?...
*이 서평은 출판사 ‘피카 @fika_books_'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육아의 함정은 부모가 아이 대신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이를 어려운 상황에서 구해주면서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가로막는 상황을 말한다. (p. 18)"- P18
"부모 눈에는 아이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는 발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p. 82)"- P82
"실수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모든 일마나 책의 조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p. 338)"- P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