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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님의 서재
  •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 박주용
  • 17,820원 (10%990)
  • 2024-06-20
  • : 5,820

“미래란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과학과 문화에 있다.”

 

 

■ 서평 포인트 ① - 인공지능과 인간, 미래를 생성하는 주체는 누구


무슨 운명일까. 심리상담과 예술치료를 본업으로 하면서도, 수년째 국가 단위 청소년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담하는 내 모습이라니. 우연한 계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화두는 본업 이상의 필연적 무게감이 생겨버렸다.

 

AI의 역사, 개념과 정의, 발전과 흐름 그리고 응용과 실천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의 경험과 나름의 연구를 통하여, 제법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한 통찰과 방향성을 지니게 되었다(아득한 미로에서 촛불 하나 정도는 손에 쥐게 된 느낌이겠다..). 하지만 작년부터 ‘GPT’를 위시한 ‘생성형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국면은 그나마 간신히 밝히던 촛불마저 위태롭게 하더니, 나와 학생들의 방향 감각마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인공지능은 단지, ‘빠르게 분석하는 기계의 차가운 지성’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차분히 생성하고 생산하는 뜨거운 창의성’을 지닌 모습으로 다가온다. 진화 혹은 특이점이라 할 수 있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할까. 손에 쥔 작은 촛불만으로 더 깊고 아득해진 미로를 빠져나올 수는 있을까.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슬기로운 사람)’라 불리는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이면서도, 슬기롭고 사려 깊은 지혜를 발휘하는 ‘문화적 진화의 존재’임은 여러 연구와 성과들로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재밌는 사실은, 그 문화적 진화의 첨예한 산물이 바로 ‘인공지능’이며, 이 녀석이 종국에는 인간의 ‘슬기로움과 지혜로움’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뿔싸. 나약한 벌거숭이의 신체 능력을 커버하는 유일한 생존 전략인 ‘지능(지적 능력)’, 특히 ‘창의성’까지도 넘보려 한다는 이 아이러니한 이야기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창의적인 주체로서의 인간의 주도적인 역할에 위기감과 혼란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학생들은, 아니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서평 포인트 ② - 과학과 인문의 교차점, 혼란을 비출 인간적인 이정표

 

다행인 것은, 우리 인류는 여전히 슬기롭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화적 진화의 산물인 이 책, 《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는 어둑한 미로에서 헤매는 우리에게 다채로운 불씨를 던져준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물리학자’라는 생경한 지칭에서 볼 수 있듯, 저자는 인문, 예술과 과학, 기술 사이를 자유로이 횡단하고 그 사이에서 어떤 GPT도 생성할 수 없는 지혜를 조직해 낸다. 단연 ‘호모 크레안스Homo Creans(창작하는 인간)(p. 115)’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창의성 특강’이라는 부재답게, 영화와 철학 영역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 창의성, 예술의 본질에 대해 AI 기술과 견주며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창작이란 머릿속에 그려지는 착상著想, 귓가에 맴도는 악상樂想, 말로 표현되기 위해 요동치는 시상詩想을 각각 캔버스, 오선지, 원고지 위에 채워나가고 싶은 욕망,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해 내는 실행력,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보여주고 역사에 남기고 싶은 의지가 관여하는 총제적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입력된 데이터로부터 글자를 뽑아 내뱉은 AI 벤저민의 ‘작품’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감상자에게 생길 것 같은가? (p. 119)”

 

“반 고흐에게 예술의 시작점은 밤하늘의 별, 노랗게 펼쳐진 밀밭, 고통스러운 예술가를 그리고 싶은 ‘욕망’이었고 그에게 붓놀림은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었다. 위대한 예술의 원천을 무시한 채 붓놀림만 흉내 낸 그림을 두고서 ‘고흐처럼 그렸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창의성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된 질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정말 중요한 질문은 하지 못한 채 기계가 나와 진정한 대화를 한다고 착각하고, 그림을 잘 그린다고 신기해하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더 이상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글을 쓸 수 없는 싱거운 글자의 나열,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붓놀림을 따라 하는 미술만이 ‘생성되는’, 재미없는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p. 267)”

 

그렇다. 서두에 가진 ‘문제의식 자체가 문제’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생성한다는 것, 창의적이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 통찰은 망각한 채, 아무런 의미와 목적을 지니지 않는 인공지능의 현란한 기술력에 호도된 셈이다. 자동차라는 빠른 이동 기술이 등장했다고 해서, 우사인 볼트의 달리기가 무의미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되려 0.01초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인고의 과정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미처, 잊고 있었다.

 

 

■ 서평 포인트 ③ - 우리는 모두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존재들

 

“우리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빠지기보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는 무엇인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각하며 길을 찾아야 한다. (p. 20)”

 

최우선 추천사로 소설가 장강명이 ‘우리 시대 삶의 길잡이로서 《주역》보다 이 책을 훨씬 더 추천한다.’는 말은 단지 미사여구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따라가기엔 고전으로는 벅찰지 모른다. 우리가 매일 고전을 갱신해야 한다.

 

고로, 각자의 미래를 짊어지는 주체로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공동체로서 지금의 이 국면을 함께 고민할 때다. 이 책과 함께.

 

 

*이 서평은 출판사 ‘동아시아 @dongasiabook'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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