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설 | 서평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원제 YOURS TRULY)
-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제임스 R. 해거티 James R. Hagerty 지음, 정유선 옮김, 인플루엔션, 2023.07.24.
■ 한 줄 평
“삶과 사람을 사랑할 때,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서평 포인트 ① - 부고는 ‘인생 이야기’다. 내 이야기를 어서 점검하자.
모든 책의 첫 문장은 저자의 마음을 가장 강력히 투영하는 것이리라.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언젠가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글로 쓰이는 날이 올 것이다. (p. 10)”
첫 문장에서 다음으로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왜일까. 내 업(業)의 방향성과 일치한다는 안도감, 그리고 나 역시 죽을 것이기에, 내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지 아득하게 밀려오는 불안감, 마지막으로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얼마나 이야기로 여기고 기꺼이 마음 다해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함. 여러 감정과 장면이 뒤섞여 가벼운 두통에 이른다. 그렇다. 결국, 남는 건 피와 살이 아니라, ‘이야기’다.
이 짧은 깨달음은 부고 전문기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저자를 향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월스트리스 저널》 유일의 풀타임 부고 전문기자로, 매일 2~3시간씩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으며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단다. 오. 나 역시, 사람의 마음은 결국 이야기(내러티브)라 여기고, 이들의 마음이 이야기로 표현되길 바라는 사람 아니었던가. 다른 점은, 나는 삶에 집중한다면, 저자는 죽음까지도 포괄하는 인생 전반을 아우른다는 것(아직 난 갈 길이 한창이다.). 저자는 3가지 질문을 던져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종종 점검하고 써 내려가라 말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목표를 이루었는가?”
이는 지루하고 틀에 박힌 부고의 표준 형식(P. 24)을 따르지 않겠다는 저자의 신념과도 같다. 보나 마나 망칠 것이 뻔한 가족들에게 내 부고를 맡기지 말자(p. 24)라는 다소 급진적인 말에서 보듯 저자의 신념은 계속 나열된다. 누구도 내 부고를 나보다 잘 쓸 수 없기(p. 25)에,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쓰자고(p. 27) 손을 내밀기도 한다. 잠시, 저자의 손을 잡고 사뿐하게 위 질문에 따라 내 삶을 톺아보고, 이를 언어로, 이야기로 옮겨보자. 생각보다 쉽지 않음에 당황할 것이다. 나도 이럴진 데, 타인이 나에 관해 쓴다는 건 어떠하겠는가. 아찔하다. 당장 나의 이야기를 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 서평 포인트 ② - 이야기는 곧 사랑이자 낙관이다. (낙관주의의 중요성)
저자는 부고 기사를 쓰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낙관적(p. 13)임을 알아챈다. 그렇다. 요즘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선한 본성과 낙관적 마음(인플루에셜의 화재작 <휴먼카인드 HUMANKIND>를 참고해보자)을 품기엔, 주류 미디어 발(發) ‘비관행’ 급행열차에 휩쓸리기 쉽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인류애 한 점 없는 어둡고 축축한 비관적 세상으로 어느새 이동하지 않던가.
이런 가운데, 누군가의 이야기에 다양한 방면으로 계속 궁금해한다는 것은, 게다가 정중하고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며 질문을 이어간다(p. 100)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석사 학위 논문으로 질적 연구를 했을 때, 코치 자격을 취득하겠다며 질문을 이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나를 포함하여 누군가에게 낙관하며 이야기를 진득하게 들으려 했던가. 이로 보아, 부고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사랑과 낙관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즉, 이야기는 사랑이자 낙관의 결과다.
■ 서평 포인트 ③ - 친절한 가이드
부고의 중요성만 이야기했다면, 마음 따듯하게 책장을 덮겠지만,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 저자는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다. 나의 이야기를 점검하고 쓰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그렇기에 그간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부고 사례와 방법론을 친절하게, 게다가 자세하게도 제시한다. 그리고 군데군데 응원과 동기부여의 말들도 잊지 않는다.
“이야기를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미완의 이야기를 통해서라도 당신을 설명하고 삶의 교훈을 공유할 수 있다면 친구, 가족, 나아가 후손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당신이 되살린 추억, 삶에 대해 발견한 통찰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p. 394)
그리고, 책을 완독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하나를 공유하며 이 감사한 서평을 마무리하려 한다. 저자의 철학이 담겨있기도 하며, 미사여구와 수식어로 에고를 보호하는 ‘거짓의 글쓰기’를 하려 했던 나에게 담담히 힘을 빼라며 토닥여준다.
“나는 내 부고에 내가 ‘사망했다’라고 쓸 것이다. 돌아가시거나 세상을 떠났다고 하지 않을 것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고 할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이든 단순한 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좋아하는 동사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 어쨌거나 이건 내 부고니까 말이다.” (p. 171)
자, 나만의 담박한 동사 하나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며, 한 치의 거짓과 무게가 담기지 않은 한 문장을 적어보자. 더 늦기 전에. 누군가 나를 꾸며대기 전에. 그렇게 우리의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이 서평은 출판사 ‘인플루엔셜 INFLUENTIAL’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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