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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님의 서재
  • 뉴욕의 책방
  • 최한샘
  • 13,500원 (10%750)
  • 2012-12-27
  • : 318


물리적으로 정해놓은 숫자에 새해라는 단어는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에 긴장감을 준다. 나도 남들과 다름없이 소소하게 한 해의 계획을 세우며 시작했던 2013년. 하지만 오늘은 어제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다시 일상에 지쳐 까무룩 시간을 보냈던 지난 주말, 일요일 저녁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서점 공간을 마우스를 통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다 한 권의 책 제목 앞에서 그만 가슴이 뛰기 시작하는데. '뉴욕의 책방' 


마음이 좋지 않을 때면 나는 퇴근 후, 시청역에서 내려 덕수궁 돌담길을 천천히 거닐며 마음을 정리하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간다. 그리고는 서점 곳곳을 아주 꼼꼼하게 지나며 책을 보고 또 본다. 그렇게 한바탕 책과 만나고 나면 집으로 가는 발걸음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걸 느낄 수 있다. 혹은 집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면 산책을 핑계 삼아 동네의 헌책방 신고서점에 가는데, 겨울에는 책을 구경하는 사이 손과 발이 꽁꽁 얼어도 그저 책 속에 둘러싸여 있는 그 시간이 내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책을 여러 권 사들고 품에 안고 오는 길의 벅참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그런 내게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뛸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게다가 일러스트는 예전부터 몰래 좋아하던 곽명주 작가이기에 한 번 놀라고, 출판사는 관심있는 잡지, 어라운드 매거진을 내는 플레이그라운드라니. 좀 더 내 취향을 이야기하자면 책 크기, 폰트 크기까지 마음에 들었다 할 수 밖에. 그렇게 만나게 된 '뉴욕의 책방', 일주일 내내 늘 나와 함께였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플랫폼, 지하철 안, 김밥으로 후다닥 끼니를 때우고 남는 점심시간, 잠들기 전까지. 할 수만 있다면 업무시간에도 읽고 싶을 정도였다.


각각 자세히 소개된 20곳의 책방과 더불어 놓치기 아까운 그 밖의 책방 26곳, 총 46곳의 뉴욕의 책방 이야기를 해주는 이 책은 그저 단순히 책방의 겉모습만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한 곳 한 곳의 역사를 비롯 책을 사랑하는 주인들의 사연,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는 뉴욕 책방의 어려운 모습, 그리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모습까지 나누어 주고 있기에,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진심을 볼 수 있기에 무척이나 좋았다.


아줌마는 늘 자신이 태어나기도 이전 시대, 그리고 알지 못하는 옛 장소에 대한 향수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잊고 지냈던 오래전 레시피와 음식에 대한 추억,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마음 따뜻해지길 바라신다고 한다. 보니 아줌마의 그런 소박한 바람은 지금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실현되고 있다. p36-37


며칠 전에도 그리니치 빌리지를 걷다가 이곳에 들렸다. 이번에도 아기를 데리고 갔더니 토비가 날 알아본다. 얼마 전에도 왔다가지 않았냐고 하며, 내가 사랑하게 된 동네에서, 그동안 꿈꿔왔던 모습의 서점을 만났고, 그 서점 아저씨가 날 기억하고 알아봐 주시니 지금껏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었던 이방인이라는 이름표를 슬쩍 떼어버려도 좋은 때가 온 게 아닐까 싶다. p51


지하에는 위층의 서점보다 더 넓은 공간에 책이 가득 들어찬 비밀스런 서고가 있는데 주문받은 책을 찾으러 그 서고 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은 늘 설렜다. p60


책을 읽으며 저자가 부러웠던 순간 첫 번째, 커뮤니티 서점의 40주년 생일파티. 그 곳에 초대된 작가 명단 속에 조너선 사프란 포어와 니콜 크라우스 부부라니. 저자가 폴 오스터 부부에게 사인을 받는 장면에서 나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 부부에게 사인 받고 싶어요!를 외치며 두 번째, 그린라이트를 만들어 낸 제시카 이야기에 감탄하고 있는 사이 줌파 라히리가 이 곳 주민이라 가끔씩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구절에 엄마야.


북클럽에는 이 동네 작가들이 직접 참여하기도 하는데 내가 너무나 인상깊게 읽은 책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의 작가 줌파 라히리도 이곳 주민이다. 그린라이트를 자기 집의 연장선처럼 생각한다는 그녀도 이 북클럽에 가끔씩 모습을 드러낸다. p220


책을 덮으며 이 책이 현재 서점을 일궈나가는 사람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롯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수 많은 뉴욕의 작은 책방들이 대형서점, 인터넷서점에 대항해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우리가 배웠으면 하기 때문이다. 서점들은 단순히 책만 판매한다는 경영관점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책과 연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독자들 역시 대형서점, 인터넷서점만을 이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작은 동네서점이 존재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문화가 변화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Find it here, Buy it here, Keep us here, Thank you for your continued support.

여기서 찾으세요, 여기서 사세요, 우리를 지켜주세요, 당신의 지속적인 도움에 감사 드립니다.

- 세인트막스 서점 p226


리뷰를 위해 지금 책을 뒤적거리는 지금도 나는 가시지 않는 여운에 가슴이 콩콩 뛰고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읽고 읽게 될 책일 것 같다. 굳이 글을 읽지 않더라도, 마음이 무거운 날 이 책의 사진만 주르륵 훑어보아도 위로가 될 것 같다. 책방의 모습, 책장의 모습,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한 사진들. 미국 여행을 꿈꿔본 적 없는 내가 이 책을 통해 뉴욕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언젠가 뉴욕의 여행자가 된 날, 여행가방에 반드시 넣어갈 '뉴욕의 책방'. 소개된 서점을 다니며 이 책을 보여준다면 내 어깨가 으쓱해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서점 이야기를 나누어준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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