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박민정 작가에게 아무말이나 달리는 시대가 되었구나 싶어 화가 난다.
박민정 소설은 일단 읽으면 되는 소설이다.
읽기가 좀 어려운 편이다.
그렇다고 박민정을 읽었으니 어려운 소설 좀 읽는다고 잘난 척 할 필요도 없다.
작가가 자꾸 타협 없이 자기 방법을 고집하는 편이고 작품이 워낙 까다로운 편이라 그렇지
애초에 스노비즘 유발하는 책들이랑은 아예 관련이 없는 작품이니까.
그래서 이 작가의 작품을 완독한 사람들은 읽지 않고 하는 이야기나, 대충 몇 개의 키워드만 추려 남기는 이야기는 그냥 알아보는 편이다.
나의 사촌 리사가 포함된 연작은 이미 책으로 묶이기 전에도 평가가 많이 나왔다.
이 연작 비평으로 등단한 사람도 있는 정도.
그 시절에 출간됐다면 더 뜨거운 화제를 몰고 왔을까, 싶다.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의 지독한 어두움,
<아내들의 학교>에서의 산뜻한 지적 유희(로 조금 포장된 여전히 지독한 어두움),
<바비의 분위기>에서의 정신 나간 소재다양성,
그리고 <전교생의 사랑>에서의 선명한 주제의식.
더 나아가야 하는 작가이며, 동세대 작가들 중 지나칠 정도로 많은 과업을 달성한 작가이지만
한결같기 그지없는 작가의 펜을 꺾으려는 시도가 너무 많이 보였다.
작가 본인이 인터뷰에서 많이 말한 대로
그저 계속 책상에 앉아 써 주시기를 기운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