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다.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으로 살아간다. 다른 생명을 의식하지 않으면 나는 사람이라는 틀에 갇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새의 눈으로 환경을 보려고 노력한다. 새가 살아가기 좋은 곳인지, 살아가기 어려운 곳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해서, 찌르레기 화자의 목소리가 반갑다. 홀로가 아닌 ‘우리’라는 ‘찌르레기’ 종의 말이 반갑다.
경이롭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찌르레기가 찌르레기를 만나 수백 마리, 수천 마리, 수백만 마리까지 무리를 지어 한꺼번에 날아가는 풍광이 경탄스럽다. 수백만 마리가 함께 날아도 이들은 싸우거나 부딪치지 않는다. 곁을 살피며 서로 이끌어 주어 숫자가 많을수록 안전하고 숫자가 많을수록 힘이 나며 숫자가 많을수록 따뜻하다. 이들을 잡아먹으려고 맹금이 한가운데를 공격해도 맹금은 그 누구도 겨누지 못한다. 결국 포기하고 멀리 사라질 뿐이다. 하여,
우리는 거대한 뱀처럼 비틀고
커다란 날개처럼 퍼지고
돌고 돌며 무한대를 그립니다.
화면은 양쪽을 넘어 네 화면에 이르도록 넓게 펼쳐져 찌르레기의 장엄한 군무를 보여준다. 붉은 하늘을 채운 찌르레기 수백만 마리가 내는 천둥 같은 날갯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온통 채운 그들이 물결처럼 흐르며 그리는 다채로운 그림이 한없이 웅장하다. 한동안 이어지던 찌르레기 군무가 한순간 툭! 내려앉을 때는 그만 가슴도 툭! 떨어진다. 그들의 안부가, 그들이 살아갈 미래가 궁금하다. 부디 언제까지라도 사람 곁에서 아름답기를 기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