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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님의 서재
  • 우리 그림책 이야기
  • 정병규
  • 13,500원 (10%750)
  • 2021-11-20
  • : 287

서점 다니기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서울 도심에서 만날 일이 있으면 종로서적에서 사람을 만났다. 종로서적이 없어진 뒤에는 영풍문고나 서울문고에서 만나고, 광화문 쪽에서 만날라치면 교보문고에서 만났다. 대형서점에서만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다. 특색을 갖춘 작은 동네책방에서도 사람을 만난다. 동네책방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람을 만나 동네책방을 간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어쨌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에 있어서 서점은 내게 중요한 약속 장소다. 동화나라도 그랬다. 지금은 파주 헤이리로 옮긴 동화나라가 일산 대화동에 있을 때 동행이 있었다. 우리나라 어린이전문서점의 대표라 할 동화나라를 처음 찾아간 날 정병규 선생님을 만났다.

 

정병규 선생님은 여전히 헤이리에서 어린이전문서점 동화나라를 운영한다. 엄선된 책이 엄청난 규모로 진열되어 있고 지하에는 전시실까지 갖춘, 개인이 운영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체계적인 서점이다. 선생님은 어린이전문서점을 수십 년째 운영하고 있거니와 한창 어린이전문서점 열기가 오를 때는 전국의 어린이전문서점을 돌며 컨설팅을 해 주었다. 체계를 갖춘 어린이전문서점 치고 선생님과 관계 맺지 않은 서점이 없었으리라. 지금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으로 동분서주하고 있으니 선생님은 우리나라 어린이전문서점, 동네책방의 현장에서 역사를 써 왔다고 할 수 있다. 어린이전문서점과 동네책방의 한가운데 그림책이 있다.

 

그림책은 무엇인가. 애초에 책은 글의 영역이었다. 말, 곧 글을 꼴을 갖춰 전하려는 목적으로 책이 생겨났다. 글만으로 빼곡하던 책에 점차 다양한 글자로 가독성과 심미성을 높이고 이내 그림도 들어가게 되었다. 그림이 더 많이 들어가는 책도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책인가. 아예 글이 없는 그림책은 또 무엇인가. 그림책에 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언어학, 교육학, 미학, 문학 등 각기 바라보고 사용하는 관점에서 해석하기에 사실은 어떤 정의도 하나로 모아진 바가 없다”. 그렇지만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 사립도서관에서는 그림책 서가를 별도로 운영”할 만큼 활발한 분야가 바로 그림책이다.


나 또한 열혈 그림책 독자다. 딸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그림책 공부 모임에 함께 다녔다. 어른들만 있는 모임에서 그림책을 공부하다 보면 어린이 독자의 시선을 궁금해하게 되는데 그때 아이가 답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이가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함께 한 그 모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기 중 하나다. 그림책 공부 모임 뒤에는 어린이책 시민단체에 들어가 십여 년 동안 그림책을 보고 있다. 지금까지 수천 권의 그림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그림책 현장을 아우르는 역사서를 바랐다. 이제야 우리는 그러한 바람에 꼭 맞는 책을 갖게 되었다. 선생님의 통찰 한 구절을 옮기며 이 책이 그림책을 읽는 사람들의 교재가 되면 좋겠다고 바란다.

 

우리나라의 그림책은 옛이야기와 일부 창작 그림책에서 곧바로 넓고 다양한 장르로 이행한다. 문화적 차이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역동성을 수도 있다. 짧은 기간 많은 작가들이 배출되었다. 이들은 경제 성장기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부모 세대와 다른 환경을 거치며 사회에 진입했다. 그러다 보니 그림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린이의 성장 단계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히려 그림책을 통한 인문적 접근으로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훨씬 많은 편이다. (126 –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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