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뒤를 돌아볼 때면, 어떤 기억들과 마주하게 된다. 서로 아귀가 맞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나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들. 알고 싶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으므로 알 수는 없는 그런 순간들. 어렸기에 이해할 수 없었던 그런 일들. 「작은 동네」는 바로 그 과거의 미스터리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내가 살았던 그 동네에서 있었던 일련의 일들 너머에 자리하는 불편한 ‘무언가’로부터.
소설의 화자는 자신과는 전혀 연관이 없었던 한 배우의 사라짐을 통해서, 삶의 균열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 균열은 오래간 연락을 끊고 살아왔던 아버지를 만나야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다. 현재 자신을 괴롭게 하는 ‘무언가’가 이전에 아버지가 말하고자 했던 ‘중요한 이야기’ 속에 있으리라는 불가해한 직감으로부터 그렇다. 그러면서 화자는 과거 아버지와 어머니와 단란하게 살았던 과거로 부지불식간에 빠져든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동네, 동네의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 부모님, 화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려고 하는 어머니와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시내로 출근하는 아버지. 동네와 가정의 삶 사이의 괴리감으로부터 촉발하는 어떤 긴장감.
이 책은 그 긴장감의 근원을 숨겨 놓은 채, 그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사건들을 펼쳐놓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책의 마지막, 모든 괴리들을 한데 결집시키는 무언가를 드러내기 이전까지 독자들은 몇몇 징후들을 통해서 흐릿한 윤곽을 맞출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과거에 존재하는 이 ‘반전’은 화자의 삶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모시킨다. 거짓과 실제가 서로를 봉합하면서. 이후로 글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이전에 있던 모든 일들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도록 만듦으로써 또 다른 소설의 세계를 진행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