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상 속에서, 시적인 순간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 순간은 아주 씁쓸하면서도 동시에 다정하다.
이 책은 그러한 시적 순간들을, 단정한 그림을 통해서 드러내준다.
혼자서 밥을 차려먹으며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그 순간,
지친 몸을 이끌어, 강아지와 산책을 나가는 그 순간,
햇볕으로 뜨끈한 흙 위를 열 맞춰 걸어가는 개미떼를 보는 그 순간,
이 책은 그러한 사소하고 소박한 순간들로부터
가장자리에 있는 감정들을 건들고 그 감정들로부터 위로를 건네준다.
이 책의 간결한 그림들 사이로 드리운 공백들은 나의 이야기를 덧붙일 공간을 제공해준다.
어떤 감정들을 종용하지 않으며, 내가 겪었던 사소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면서
그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예기치 못하게 위로를 받았던 날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소박한 마음이라 뒤돌아 까먹고 만 그런 순간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바로 그러한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살아가게 만들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