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에 항상 다른이와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오히려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자신의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실제로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어도 대화는 언제나 '일방통행'이 되기 쉽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우린 서로 맞지 않아' 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막스 선생님의 수첩에는 무엇이 있었나?』에서는 대화의 일방통행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이해하며 소통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다섯 가지의 방법을 제시 한다. 이 방법들은 사실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간단한 것들이지만 막상 일상생활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정을 앞세우며 잊어버린 것들이었다. 독특한 점은 이러한 방법들을 부부가 바다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제시하며 엮어간다는 것이다. 항해 도중 일어나는 일들과 방법들을 연결시키며 소설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어서 한결 읽기에 부담이 없다. 소설 읽기는 즐거워 하지만 비소설에는 알레르기가 있는 나같은 독자에게 딱 좋은 구성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나는 내 대화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저 말을 아끼는 나의 방법에는 문제가 없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행복을 부르는 대화의 다섯 가지 비결'을 보다가 뜨끔 한 것이 있었으니, '감정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조언이었다. 나는 마치 항해도중 폭풍을 만났을 때의 남편처럼, 어려운 상황을 만났을 때 항상 감정을 앞세워 화를 내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힘들어 죽겠다는, 하기 싫다, 짜증난다 뿐만 아니라 온갖 트집을 잡아서 혼자 불평을 해대곤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무언가 조언을 해주려 하면, '네가 뭘 알아!' 하면서 결국 대화를 거부하면서 다시 외로워, 힘들어, 를 반복하곤 했다.
"어렵고 곤란한 상황은 언제나 닥칠 수 있어. 그럴 때마다 이 상황이 너무 싫다고 피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좋다, 싫다는 감정의 개입을 버려야 하는 거야. 그래서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아갈 방법만 고민해야지."
마치 지금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괜히 가슴이 철렁했다. 아마 이 책을 읽는다면 독자들은 자신도 미처 몰랐던 대화의 습관을 저절로 발견하게 될 것같다. 그리고 나처럼 무릎을 탁 치며 '아, 이것이 나의 문제였구나!' 하며 지금까지 나와 대화한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만약 자신이 남과 대화하는데 자신감이 없거나, 특정인물과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한다거나 자주 감정이 상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앞서 말한 '감정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조언 외에도 '충분히 시간을 투자하라.'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라.' '상대방의 감정 상태부터 파악하라' '상대에게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대화하라' 등의 대화의 비결이 제시되어 도움을 줄 것이다. 이들은 얼핏보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아마 특별하지 않아보이는 이 다섯가지 비결을 실천함으로써 가장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