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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영님의 서재
  • 경제학 오디세이
  • 조지 G. 슈피로
  • 20,700원 (10%1,150)
  • 2021-11-02
  • : 540

경제학사(經濟學史)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아주 막연하게, 경제학자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합리적 인간’을 전제로 복잡한 수학 공식과 그래프로써 그들만의 이론 체계라는 담을 쌓아오다가, 근래 들어 현실에 존재하는 ‘불완전한 인간’을 전제로 대두한 행동경제학 같은 신조류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경제학에 관하여 가지고 있던 나의 밑천이 얼마나 얄팍했는지를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여 활동한다. 사회 속에서 인간은 ‘경제활동’을 한다. 경제활동은 인간의 ‘의사결정’ 작용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이 나온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걸까? 이 책 《경제학 오디세이》는 신고전주의부터 행동경제학까지 경제학사에 관한 책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경제학이 진지한 학문 분야로 여겨지지 않았다가 ‘수학’이 등장하면서 진지한 학문 분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제학의 수학화가 심해지면서 경제학이 순수 수학의 한 분야처럼 되어 버렸다가, 20세기 후반에 들어 행동경제학의 등장과 함께 추세에 변화가 찾아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의 수학화를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재의 경제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계적인 방식으로 ‘편향(bias)’이라고 불리는 실수를 저지르며, 시장은 체계적으로 “틀렸(wrong)”다고 본다. 또한 인간의 편향, 의지 부족 같은 취약점도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고려해야한다고 본다. 기대효용을 극대화하는 합리적인 행위자, 완벽한 시장을 전제로 한 과거의 정통 경제학과 선을 긋는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합리적인 행위자를 가정한 수학 모델이 완벽하다고 생각한 과거의 정통 경제학이라는 토대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실 행동 모델도 수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 위험(risk), 선택(choice) 그리고 불확실성(uncertainty)의 경제학사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 마지막장에서 “미래의 경제학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의 매듭을 짓는다. 이런 책의 구성에서 저자의 의도가 느껴진다. 저자는 경제학의 역사가 일직선으로 발전해온 단선적인 모습이 아님을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경제학이 걸어온 길은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는 연구자들이 집필한 논문, 기고글 같은 영감의 흔적들이 수십 년, 수백 년 간 잿더미에 덮여 있다가 어떤 계기로 환하게 불꽃으로 타오르는, 그런 도약하는 듯한 발전의 역사다. “사람들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가”라는 깊디깊은 질문에 한 가닥 실마리를 선사한 저자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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