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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독서 결산을 해보니 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더라고요.
여러 장르를 접해보려 했으나 올해도 독서 편식이 심했어요.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제가 읽는 올해 첫 산문집이자 마지막이 될 루시드폴의 <모두가 듣는다>를 읽어보았네요.
음악인이자 감귤과 레몬 나무를 돌보는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루시드폴.
뮤지션과 작가로서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요.
제가 느낀 건 뭔가 오묘한 매력이 있다는 거였어요.
두리뭉실한 뭔가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똑 부러지게 쓰여있진 않지만 배경 묘사를 통해 '아.. 제주도에 살고 계시나 보다...', 또는 학창 시절 이야기를 통해 '아.. 화학 전공자 셨구나? 음악이 아니고?' 등등 유추해서 보았던 거 같아요.
아마도 제가 작가님 작품을 처음 접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죠?
작가님의 이런 문체들로 인해 궁금증은 산처럼 쌓이고, 결국 검색엔진 돌리며 폭풍 검색해 봤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책 속의 이야기는 음악, 자연, 반려견, 여러 연주자와 음악가들을 잔잔하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차분히 끌어가는 이야기에 저절로 마음에 평화가 일렁이더라고요.
특히 여러 소리들을 이용해 음악으로 재탄생 시키는 작가님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너무도 신기했어요.
소리를 묘사해 글로 남겼지만 직접 듣는 것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잠시 읽는 것을 멈추고 하나하나 찾아 들어봤는데, 어머나~ 책만큼이나 음악 또한 잔잔하고 몽환적이었어요.
마치 불멍처럼 소리멍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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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소리를 채집해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Doloroso'는 굉장히 시끄럽고 어지러울 거라는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조용한 빗소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반려견 '보현'과 산책하는 소리, 보현의 콜라비 씹는 소리, 진귤 나무가 만들어내는 소리, 돈나무 가지의 소리 등 모든 소리가 음악의 재료로 쓰이고 있었는데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게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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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던 저로서는 코드나 음파, 여러 종류의 악기들에 관한 이야기는 미지의 외국어 마냥 알아듣기 힘들더라고요.
다른 때 같으면 내 분야가 아니니 쿨하게 넘어갔겠지만 이번엔 왠지 음악을 배워서라도 저 글을 좀 더 알아듣고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더라고요.
음악뿐 아니라 필름 카메라와 카세트테이프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옛 생각도 많이 나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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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나무, 숲, 하늘을 담은 사진들이 작가님이 말한 필름 카메라로 찍은 것들인지 모르겠어요.
음악을 들으며 함께 하니 나른한 봄처럼 마음도 따뜻해졌네요.
작은 큐얼 코드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페이지를 찍어보니 책에 소개된 음악과 작가님이 직접 낭독하신 동영상이 있더라고요.
작품만큼이나 목소리도 어찌나 좋으신지 정말 최고였어요.
쌀쌀한 겨울에 온몸을 녹여줄 한 잔의 따뜻한 핫초코 같은 책! 꼭 음악과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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