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Post-Truth(탈진실)를 객관적인 사실보다 개인적인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즉, 사실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는 문학이나 기타 환경문제와 같은 특정 이슈 정도에만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진실 자체라는 더 큰 목표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하며 이를 우려한다.
해서 근래에 와서 이렇게 확장되는 Post-Truth 현상의 기원을 살펴보니, 이는 인간의 비합리적인 인지능력, 과학부인주의 그리고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그 주된 원인이고, 그 외에도 Post-modernism의 변형된 활용과 언론사 인터뷰 시간(지면)의 기계적인 배분 등도 역시 Post-Truth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미국에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진실 자체의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며 이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한다. 저자는 트럼프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자신의 믿음을 근거로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행태는, 이미 Post-Truth를 넘어서 신조어(가령 Pre-Truth 등)가 필요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하며, 이러한 행태를 방치할 경우 공동체의 진실이 묻히고 우리 사회는 쇠락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우리들은 진실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에는 언제나 맞서 싸워야하고, Post-Truth를 주장하는 이들에게는 반복적으로 증거를 보여주는 노력을 해야하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 또한 편향된 정보에 갇혀있지는 (정보 사일러) 않는지 점검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객관적인 사실이 중요한 분야에는 더욱 더 관점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책에 쓴다.
그리고 말미에는 인용을 통해 말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의견을 가질 권리는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사실은 가질 수 없다." (p 217)
작가에게
Pros는 [사실(진실), 증거, 과학, 진보]이고
Cons는 [주장(감정), 관점주의, 과학부인론자, 트럼프]이다.
문학과 같은 예술작품에는 모를까, 우리의 실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 가령 환경이나 과학같은 분야에서 저자는 자신이 "아직도 사실이 존재한다고 믿는 부류가 있다던데 그 쪽 분이신가 보네요" (p 195)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스러워 한다.
과거 몇몇의 미디어가 주류일 때, 권력자는 중앙 미디어의 정보를 통제해서 대중에게서 진실을 왜곡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와 분산화로 각 개인이 스스로 "맞춤형" 정보를 취사 선택하도록 정보가 제공된다. 마치 내가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정보가 내 취향이나 주장과 유사한 내용들로만 제공되니 다른 세상 사람들도 다 나같이 생각하는 것으로, 그리하여 내 생각이 세상의 주류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게 세상이 변모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같은 것이고, 해서 나 개인적으로는 스스로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구글에서 유튜브 히스토리를 unchecked하여 내가 자주 보는 내용만이 선택되어 전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정보 사일러에 갇히지 않도록.
여하튼 전반적으로 시의 적절한 주제로 쓰여진 책이고, 일반 사회평론가가 아니라 철학자가 쓴 만큼 흥미로운 관점도 여럿 있었다. 한국에서 번역된 책에 대해 한가지 아쉬운 것은 분량을 좀 채울려고 그랬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엉뚱맞은 해제가 뒤에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