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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무님의 서재
  • 품위 있는 삶
  • 정소현
  • 12,600원 (10%700)
  • 2019-08-30
  • : 959

10년이 지나 만난 친구를 그 때 그 친구라고 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이 있다. 몸은 성장하거나 늙으니 세월이 지난 육체를 보고 같은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을테고, 사람의 생각은 살아가며 변하기 따름이니 이른바 정신이라는 것도 그 기준은 아닌 것 같고.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도 하지만 뇌는 망각하고 자주 착각한다는 것, 아니면 기억상실증이 걸린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냐 등의 질문을 받고.


작가는 책에서 '현재가 기억하는 나' 가 바로 그 사람이 아닌가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품위있는 삶, 110세 보험'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 나윤승이 그러하고, '어제의 일들'에서 자살 휴유증으로 과거를 잘 기억 못하는 상현도 자신이 가진 현재의 기억 그리고 망각한 과거가 바로 그녀이다. '지옥의 형태''에서 2015년에 이미 죽은 율희의 고통스러운 기억 추적이, 그리고 '꾸꾸루 삼촌'에서 뮤지션인 철완의 망령에서 저자는 '현재 기억의 나'는 심지어 삶과 죽음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죽음은 더 이상 경계가 아니다, 인물의 현재적 시점이 내 소설의 세계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책 내용은 우울했지만, 페이지를 넘기기에 힘들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우선 작가의 문장력이 좋아서 일테고, 게다가 모든 과거의 시간이 현재로 소환하여 겹쳐져 기술하는 플롯의 다이나믹한 구성 덕분이기도 할테다. 글은 어두었지만 깔끔했다. 화창한 회색빛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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