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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fall님의 서재
  •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
  • 이정화
  • 15,030원 (10%830)
  • 2023-09-22
  • : 278


따분함을 지우려 휙휙 넘겨보던 인스타에서 책 소개를 보았다. 평소 책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책 광고는 자세히 보는 편인데, 평범한 제목이어서 그냥 스쳐 지나갈 뻔 했다. 그런데 몇 가지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통영, 바다, 숨구멍, 바닷가 마을.

다시 되돌아와 추천사를 공들여 읽었다. 그때부터 이 책은 나에게 강렬한 욕망이 되었다.


통영은, 학창 시절 한창 재미나게 보았던 <좋은생각>에서(아마 2 or 3월 호였던것으로 기억한다) 초봄에 가 볼만한 여행지로 처음 알게 되었다. 3월, 초봄의 통영 봄 바다가 그렇게 투명하고 예쁠 수 없다며 소개한 그 글이 내도록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어른이 되면 꼭 가봐야지, 하고 담아두었던 곳이었다. 어른이 된 이후로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화려한 여행지에 마음이 뺏겨 어느새 잊혀진 곳이었는데 몇년 전, 인연이 닿아 처음 가본 통영의 바다는 정말 눈이 부시도록 파랗고 예뻤다. 동양이 나폴리라는 어떻게 보면 진부한 수식어가 (나폴리는 사진으로 본것 밖에 없지만) 단박에 이해되었다. 그 이후로 1년에 한번씩은 꼭 들르는 곳이 되었고, 먼 훗날 60대 쯤 되면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살고 싶은 나의 로망에 1순위로 꼽히는 지역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통영에서 지친 마음을 치료하고 몇 년 간 오가며 보고 듣고 기록한 일기 같은 책이다.

봄과 여름을 지나오면서 다쳤던 마음이 유독 낫지를 않아 아무도 모르게 힘들어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책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나와 다른 상황이지만 비슷한 감정선을 지닌 저자의 글에 그만 내가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 막막한 심정이 공감이 되면서 이런 좋은 기회(통영에 머무를 기회)를 얻게 된 저자가 부럽기도 했다. 봉수아를 만들고 가꾸는 대목에서는 선배님(?)의 꿀팁을 듣는것 처럼 한글자 한글자 자세히 읽었다. 왠지 내게도 필요한 정보 같아서 ㅎㅎ 

원래 책을 한번 잡으면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는 스타일이지만 이 책은 그러기가 아쉬워서 야금야금 아껴가며 읽었다. 출퇴근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햇살 좋은 날 창가에서 커피와 함께, 잠들기 전 침대에서 등등. 그리고 어제, 집에 들어가기 싫어 들렀던 집근처 바에서 와인 한잔과 함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었다.

이 책과 함께한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온통 통영에 가 있었다. 갈때 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바다가 생각났고, 인심 좋았던 시장의 횟집 아저씨가 생각났고, 그때 함께 했던 지난 인연도 생각났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다시 한번 시작해볼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대리 힐링이라도 해야지 하면서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는데, 저자의 안내대로 내 머릿속 통영과 비교해가며  책 속의 통영을 누비고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고 하다보니 나도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독서의 마무리는 통영 바닷가 앞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읽는 게 진정한 피날레 같아서 10월 말 쯤 통영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여건이 안되어 1박으로 다녀오게 되겠지만, 이전과는 또 다른 여행이 될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끝으로 마음이 다쳐 의욕을 잃은 사람이 있다면, 바닷가 마을에 로망이 있다면 이 책을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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