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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강현식
  • 13,500원 (10%750)
  • 2022-02-25
  • : 408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
정말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서로 첫눈에 끌려 마음을 나누고 일상을 공유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잠수를 타고 연락두절 되었던 경험이 있다. 분명 어젯밤까지만 해도 전화통화로 잘자라 인사를 하고, 내일보자 했었는데... 사고난줄 알고 엄청 걱정했지만 그것은 아니었고, 한참 뒤 보니 다른 사람과 잘살고 있었다.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 그 뒤를 따라와 나를 덮었던 자괴감까지, 그 잠수이별은 내 삶에 큰 상처가 되어 흉터처럼 남았다. 이책을 읽으면 그 상처를 조금은 지울 수 있지않을까 싶어서 필사적으로 읽었다.

저자는 의미 망 모형으로 사랑이란 감정이 다른 사물들과 연결되어있는 것을 설명했다. 사랑이란 감정은 감정, 열정, 결혼 같은 의미 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경험했던 것들, 예를 들어 고급식당, 분위기 좋은 까페, 영화, 드라이브 등과 가깝게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랑을 생각하면 그사람이 떠오르고, 이어서 그 주변에 위치한 개념과 기억들이 자동재생 되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연관 고리를 끊으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것을 경험해서 또 다른 경험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같이 갔던 까페에서 직장동료들과 모임을 자주하고 가족들과 드라이브를 가고, 동호회 사람들과 영화 및 뮤지컬을 보라고 권한다. 그러다보면 그장소에 그사람이 아닌 다른사람이, 그리고 다른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덧대어져 기억될 것이고, 점점 그 기억을 떠올리는게 힘들어지지않게 된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세월 앞에 장사없다는 말도 결국 세월의 더께가 쌓여 기억이 옅어진다는 뜻이니까.

책에서 이런 구절이 있었다.
"왜갑자기 헤어지자 했는지 알고싶어요. 단지 이유라도 알고싶어요"
나도 너무너무 공감되는 말이었다. 저자는 다시 한번 만나자고 하라고 했다. 그리고 이유를 들어보라했다.
나역시 당연히 그렇게 했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되어서 전화도 해보고, 카톡으로 너무 구구절절 하지는 않게 내뜻을 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불통.
저자는 그럼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고 욕하고 잊으라 했다. 그래, 결론은 하나였다. 그 XX는 나쁜 XX. 허무할정도로 뻔한 결말인데, 왠지 시원하고 허탈했다. 그리고 아팠던 마음이 조금은 씻겨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심리학책인데 어렵지 않고 쉽게 술술 읽혀서 좋았다. 꼭 친한 인생선배에게 조언을 듣는 느낌? 그런데 그 선배가 심리학에 정통한 사람이어서 관련된 이론까지 빠싹하게 꿰고 있어서 아주 적절한 근거까지 제시해 주는 느낌? 한마디로 심리학계에서 유명한 사람이 내 지인이어서 공짜로 심리상담 받는 느낌,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처럼 사람에 치여, 사랑에 치여 인생을 방황중인 사람이 있다면, 한번 쯤 읽어보라고 어깨 툭툭 치며 한권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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