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언제나 축제
까리 2026/10/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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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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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마지막 책. 1921년부터 1926년까지 파리에서 보낸 젊은 날의 5년간을 에세이로 기록한 책이다. 1956년에 리츠 호텔에서 1928년에 맡겨둔 짐을 찾으러 가라는 연락을 받은 헤밍웨이는 하얗게 잊고 있던 트렁크에서 습작 노트와 자잘한 기록들을 발견한다. 인생의 마지막 무렵을 달리고 있던 그에게 오래되었지만 선명히 남아 있는 파리에서의 시간을 되살린다.
여러모로 가슴 설레는 이야기이다. 세월이 많이 흐른 내가 과거를 회상하면 좋지 않았던 추억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좋았던 시절에 대한 기억은 어째 점점 더 미화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은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일으키는 문장일 것이다.
아직 대작을 써내지 못했지만 주변의 뛰어난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가진 게 하나도 없었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늘 곁에 있었으며,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과 진실한 문장만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그 당시의 헤밍웨이는 100여년이 지나 그 글을 읽는 내게도 충분히 가슴 떨리는 설렘을 안겨준다. 유명세도, 돈도 없지만 꿈과 열정, 사랑만으로도 반짝이던 시절. 말년에 모든 걸 다 누린 헤밍웨이였지만 진정으로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던 시절은 모순적이게도 가진 것 없던 젊은 날, 파리에서 보내던 그 낭만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생생한 파리의 배경 묘사와 헤밍웨이의 눈으로 바라본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에즈라 파운드, 파스킨과의 일화들은 실감나는 재미를 더해주었고 헤밍웨이의 위트도 곳곳에서 느껴져 참 좋았다. "파리는 언제나 축제"라는 제목도 완벽하게 어울린다. 좋았던 시절을 되새겨보면 매일이 축제나 다름없으니.
그 시절 생생한 파리의 풍경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사람과 꿈과 열정을 부여잡기에 지친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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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가진 것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 시절에도, 그는 매일 아침 같은 카페의 같은 자리에 앉아 문장 하나만은 진실하게 쓰려 했다. 노년에 이르러 명성과 부를 모두 손에 넣은 뒤에도, 그가 마지막으로 다시 붙잡고 싶었던 건 그 시절의 화려함이 아니라 바로 그 태도, 궁핍 속에서도 자신이 아는 가장 정직한 문장 하나를 찾아내려던 젊은 날의 자세였다.
🔖91. 우린 지금 이 시간을 살아야 해. 매 순간을 온전히 누리면서.
🔖175. 아무리 가난해도 품위 있게 살며 일할 수 있는 파리 같은 도시에서 책 읽을 시간이 있어서 이 모든 새로운 문학의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마치 굉장한 보물을 선물 받는 것과 같았다. 이 보물은 여행 갈 때도 챙겨갈 수 있었다. 우리 곁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낮에는 새로 발견한 세계, 즉 눈과 숲과 빙하와 겨울철의 문제들과 고지대 마을의 안식처인 타우베 호텔에서 살다가, 밤이면 러니아 작가들이 선사하는 또 다른 경이로운 세계 속에서 살 수 있었다.
🔖192. 그의 재능은 나비의 날개 위에 가루가 만들어놓은 무늬만큼이나 타고난 것이었다. 한때 그는 나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재능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게 언제 긁혀나가거나 훼손되는지도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그는 다친 날개와 날개의 구조를 의식하게 되었고 생각하는 법을 배웠지만, 비행의 즐거움이 사라졌기 때문에 더 이상 날 수가 없었다. 힘들이지 않고도 날 수 있었던 시절은 그렇게 추억으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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