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알딸딸
까리 2026/07/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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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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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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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이렇게 향기로운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다양한 전통주에 취하고, 작가의 글 솜씨에 취해 행복을 만끽했던 며칠이었다. 세상에. 세상의 모든 술은 그 나름의 아름다운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특별히 주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먹고 마셨다고 생각했는데, 전통주라는 이름 하에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술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제대로 알았다. 놀랍고도 향기로운 세상이, 책장을 펼치자 마자 시작되니 설레는 가슴 단디 붙잡고 음미해야 할 책이다.
제목답게 매 달마다 전통주를 알맞게 큐레이션 해주는 책. 어울리는 안주까지 콕 찝어 이야기해 주니 작가님, 감사합니다. 넉넉한 인심으로 달마다 세 가지의 전통주를, 1년 열 두달 총 36가지의 전통주를 만날 수 있었다. 역시 술 좋아하는 사람의 넉넉함이란!
백경15화이트를 시작으로 장바구니에 하나 둘 전통주를 담다 보니 덜컥 겁도 났다. 이제 1월 시작인데 내 지갑 괜찮은 거냐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정말 참지 못할 만큼 궁금하다 싶은 전통주만 담기로 마음 먹고 최종 7병으로 합의본 나. 도수가 낮은 술은 유통기한도 짧고 냉장보관만 가능할 수 있으니 꼭 확인 후 구매하도록 추천을 하며, 내가 산 술은 3통은 냉장보관, 나머지 4통은 실온보관이었다. 실제로 지금 구하지 못하는 술들도 몇 있어 그나마 내 지갑 사정을 지킬 수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방아로 만들었다는 '푸릇'을 구매하지 못해 너무 서글픈 마음은 여전하다.
술 좋아하는 사람의 감정에 치우친 리뷰라 하면 섭섭하다. 빠르고 간편하게 소맥을 즐기던 나 역시, 전통주라는 우아한 세계를 새삼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황홀했고, 각각의 전통주와 제철의 향기로운 안주들을 조합해주는 것 역시 다도를 즐기는 것 못지 않게 경건하고 우아한 취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했다.(물론 과음은 나쁩니다) 술 이야기뿐이랴. 글 재주 좋은 작가의 일상 이야기가 챕터마다 실려 있는데 그게 또 어찌나 그 달의 술과, 그 달의 안주와 딱 맞아떨어지는 감동을 주는지. 술을 마시지 않고도 글에 취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이 글을 읽을 때의 80프로는 술을 마시면서 읽었으므로 진짜 취하는 기분이었을 수도 있다)
책장 가까이 꽂아 두고 매 달마다 꺼내 보고 싶은 책이었다. 잊을 만할 때, 지금 계절엔 어떤 술이 어울리더라? 하면서 책을 펼치기도 전에 설레는 기분을 만끽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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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백경증류소'는 실제로 소설 《모비딕》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술을 만든다고 한다. 라벨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의 술은 용기를 갖고 항해하듯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 용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거대한 목표를 좇으며 한계를 넘어서려는 사람에게도, 일상의 소소한 것을 붙들며 매일 의미 있게 살아가려는 사람에게도. 찰랑찰랑, 술잔 속의 작은 파도가 힘내라고 속삭인다.
🔖15. 작심삼일이어도 괜찮다. 1년에 120번 새로 시작하면 되니까. 작심일일이어도 괜찮다. 매일매일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174. 어제의 파편화된 감정들을 분명한 글자로 다듬을 때면, 나는 발효 중인 약주에 증류주를 붓는 선인들의 마음이 된다. 그대로 두었으면 기억의 유통기한이 지나 상하거나 마음 한구석에 문드러졌을 감젓의 잔여물을 반듯한 글로 정제하며, 오래 두고 음미하고 싶은 향기로운 기억으로 탈바꿈시킨다.
🔖199. 점수라는 골치 아픈 잣대를 치워버린 어른의 술상 앞에서라면 그 어떤 오독도 근사한 예술이 된다.
#김혜경 #달마다알딸딸 #전통주 #에세이 #샘터 @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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