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까리 2026/07/1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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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썸머 에디션)
- 이디스 워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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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 202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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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훌쩍 다가온 시점에서 읽은 [여름]이란.. 읽기 전부터 기대감과 설렘 충만이었는데 다 읽은 지금은 기대만큼 자극적이지도, 뛰어나게 특별하지도 않은, 오히려 흔해 보이는 사랑 이야기였다. 이 책은 왜 이리도 사랑받으며 굳건히 위상을 지키고 있을까.
이 글이 쓰여진 시대 배경을 보면 인습과 전통 속에서 원하는 걸 원하지 못하고, 특히 표현하는 것은 금기로 여겨지던 여성의 욕망을 솔직하게 다룬 최초의 작품이라 한다. 얼마나 (그 당시) 세상을 충격에 빠뜨렸을지! 출간된 지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읽기에는 내용상으로 크게 임팩트 있진 않았지만 젊은 여성이 욕망하는 상대를 주체적으로 찾으려는 과정 중에 고뇌하는 심리 상황이나 사랑의 열병에 빠져 힘들면서도 달뜬 마음이 여름이라는 배경과 어우러져 소설 자체의 재미가 쏠쏠하다.
야만인의 삶을 살던 채리티를 데려와 후견인의 자격으로 살뜰히 키워 온 로열 씨, 어느 여름 갑작스럽게 나타나 채리티의 온 마음을 뒤흔든 젊은 건축가 하니. 열여덟 채리티에게 사랑을 느낀 노인 로열 씨는 단 한 번 실수를 할 뻔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을 한다. 그 마음에 역겨움을 느낀 채리티는 로열을 완전히 무시하며 하니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데.
처음에는 나 역시 로열 이 놈이 노망이 났나, 미쳤나 싶었지만 결국 채리티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움을 준 건 로열 아니었나. 이럴려고 후원을 해온 거였다면 욕을 처먹어도 할 말 없을 놈이지만 일단 책의 내용만으로 본다면 그래도 나름(...) 젠틀해 보이기도 한다. 난 이미 세상 때를 너무 많이 탄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 늘그막에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걸까? 하 그렇다고 하기에도 이미 많은 나이에 권위적인 위치에서의 심리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뭐 이런 속시끄러운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든다. 편을 들 수도 없고, 안 들자니 또.. 하...🙄 오히려 난 이 젊은 건축가 하니에게 더 화가난다. 채리티와의 밀회를 즐기면서 양다리라니. 어쩔 수 없는 약혼이었건, 의도했던 양다리였건 이 놈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책임감 없는 나쁜 놈의 새끼.
성적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문학이고, 자신의 주체성을 직시하는 대담한 여성상을 그린 문학이고는 모두 차치하고라도 일단 재미있게 읽히고 이런 저런 논란거리를 많이 던져주기 때문에 한 번으로 끝낼 책이 아닌 건 확실하다. 나 역시 스물에 이 책을 접했더라면 지금과 느끼는 바가 매우 달랐을 것 같다.
결말에 많은 호불호를 남기는 것 같은데 결국 소설이면서도 제일 현실적인 결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책이 그렇게 끝이 나기에 순간적으로는 부들부들 화나고 어이없기도 하지만 소설 속 채리티는 아직 소설에 계속 살아있지 않나. 책이 맺은 결말 그 이후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나는 그래도 채리티의 남은 인생이 무조건적으로 불행할 거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의 기로에서 원치 않는 선택을 하게 됐다 하더라도 그 길이 새로운 삶으로 이어줄 수도 있고, 미처 예상치 못했던 행복을 찾게 해 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택의 결과에 멈추는 게 아니라 인생은 계속 흐르니까, 그렇게라도 믿으며 채리티의 뒷 이야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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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채리티는 가슴이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환한 낮이 저물고 첫 어둠이 내려올 때면, 그녀는 늘 숨겨진 위협 같은 것을 감지했다. 그것은 마치 사랑이 사라진 뒤의 세상을 미리 들여다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언젠가 자신이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사랑하는 이를 헛되이 기다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224. 지금 채리티를 압도하는 감정은 질투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그의 사랑을 너무도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차라리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하니를 그녀에게서 멀리 끌어당기고 있을 그 모든 신비로운 유혹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것들에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나도 무력한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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