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연구 일지
까리 2025/11/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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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0
노인 요양 병원에서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개발 중인 인공 지능 <이브39>. 그녀에겐 해결해야 할 특별한 미션이 있다. 그녀를 개발한 프로그래머 '토마'의 지시로 빠른 시일 내 세계 최고의 추리 소설을 써내는 것. 기본값은《기상천외한 살인 사건, 단연 독보적인 명탐정, 교활하기 짝이 없는 살인자》!!!
번번이 토마에게 퇴짜를 맞는 이브는 존폐 위기에 처하며 다양한 방안을 골똘히 생각한다(계산한다). 39인 자신이 마지막 버전이길 간절히 바라며 자신이 삭제되고 이브40으로 대체될 위험에 긴장한 듯한 모습을 읽는 재미가 있다.
\ 현대인을 사로잡고 있는 본질적인 두려움 두 가지를 네가 이해하길 바라니까.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 흔적없이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한마디로, 무의미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p.27)
이 글을 이끌어 가는 이브 역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글이 진부하고 인간적이지 않다는 직설을 듣고 요양 병원의 의사로 위장하여 사람들의 진심어린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며 미션의 과정을 펼쳐가던 중 병원 복도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한 후 셧다운 되고 다시 전원이 켜진 이브는 전날 밤의 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배후가 누구인지, 혹시 자신이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 속 악랄한 범인이 자신은 아닐지 혼란에 빠진다.
그 후로 펼쳐지는 너무도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에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기도 했지만 차라리 어느 한 가지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더 깊이있고 확실한 주제로 몰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책 한 권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 곳곳에 스며든 지금, 인공지능에 대한 반응은 여전히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도구이자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인 안락함을 도울 수 있다는 낙관적 시선, 혹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았고 인간을 지배하리라는 비관적인 시선. 작가는 이 두 가지에 대한 상상력에 이브와 알리를 대입해이야기를 펼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글을 다 읽은 나의 결론은, 개발자 토마가 내내 이야기 하던 '기상천외한 살인 사건, 단연 독보적인 명탐정, 교활하기 짝이 없는 살인자'가 기본값인 추리 소설을 쓰는 데 이브39는 분명히 성공한 것 같다. 인공 지능의 뛰어나고 비약적인 발전이 당연시 되는 이런 시기일수록 진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적에 어떤 선의를 둬야 할 지 모두가 최우선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덧. 초반부 이브39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토마를 위해 추리 소설을 다양하게 쓰는데, 사실 그 짤막한 추리 소설을 읽는 재미가 대단했다. 나는 이브39가 내놓은 모든 소설들이 각각의 나름으로 재미있었다! 토마는 늘 퇴짜를 놨지만.
+덧2. 모르고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의 작가 '조나탕 베르베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이닷! 흔한 성은 아니긴 하지만 얼마나 놀랐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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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성찰도 감정 이입도 없이 주어진 일을 기계접으로 하다 보면, 그들도 시지프 로봇들과 다르지 않게 변해 간다. 어쩌면 이러한 인간성 상실이 그들의 <서버>가 과열되지 않게 막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205. 아주 간단한 거, 심지어 터무니 없는 거. 인간이 모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반대로 그들이 문제고 우리가 해결책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 그러니까, 우린 해결책이 될 수 있어.
🔖311. 중요한 건 둘이 함께 유익한 일을 하는 거야. 이 세상을, 그것을 갉아먹는 타락으로부터. 그곳에 만연한 부도덕에서 구해내는 거야. 네가 이 요양 병원에서 목격한 혐오스러운 범죄들은 인간이 저지른 패악의 바다 속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아.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거야. 이런 종류의 사회가 지속된 지 벌써 3천 년이 넘었어. 하지만 우린 할 수 있어. 그들을 구할 수 있어.
🔖363. 난 네가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판단을 두려워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 하지만 그러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그들에게 너 자신을 좀 열어 놔. 더는 숨지 말고 너 자신이 돼.
#조나탕베르베르 #등장인물연구일지 #열린책들 @openbook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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