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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리님의 서재
  • 눈물 대신 라면
  • 원도
  • 15,120원 (10%840)
  • 2025-11-19
  • : 2,450
3년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 들어 읽었던 책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에서 원도 작가를 처음 접했다.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감 가득 담은 채 읽어 나갔다. 처음도 음식 얘기였고, 이번 역시 푸드에세이니 내가 지나칠 수 없는 소재 중 하나는 '음식'인가 보다.

매일 하는 생각 중 한 가지도 '오늘 뭐 먹지?'이다. 하루 한 번만 고민하면 그나마 다행인 것. 가정을 꾸리고 딸린 자식들이 있다 보니 대충 넘어갈 수도 없는 고민이 항상 먹고 사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배고픔만을 채울 영혼 없는 음식 말고, 어떤 걸 먹더라도 그 음식에 얽힌 기억과 추억, 같은 음식에서도 무궁무진한 조리법, 음식으로 유발되는 철학적인 사유까지. 흔히 볼 수 있어 낯설지 않은 음식들에 첨가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읽는 재미를 붙든다.

많은 챕터 중 조개전골은 살짝 낯설었는데 읽는 내내 얼마나 침이 꼴깍 넘어 가던지. 말만 들어도 내 소울푸드가 될 자질이 충분한 음식 같단 말이지.

시작이 밍숭맹숭하다고 섣불리 양념을 치지 말고 차분히 인내하자. 곧 입을 벌릴 조개 사이로 맛있는 육수가 흘러나올 테니. (p.57)

음식 하나를 앞에 두고도 이렇게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사람의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작가는 하나의 음식에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리법을 다양하게 펼치는 셰프들의 능력을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내가 딱 그 짝이다. 덕분에 나도 잊지 못할 나만의 음식이 있는지 고민해본다. 뭐가 됐든 배가 든든해야 근심도 조금은 누그러지고, 도저히 찾을 수 없던 기운도 슬그머니 돋아나는 게 느껴지니 이젠 정말 대충 먹을 수도 없단 말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추워질 때가 많이 지난 것도 같지만). 몸도 마음도 잘 챙겨야 하니 [눈물 대신 라면] 첫 챕터의 주인공 '미역국'으로 내일 아침을 단단하게 시작해볼까 한다. 메뉴를 정한 것만으로도 왠지 기운이 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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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시작이 밍숭맹숭하다고 섣불리 양념을 치지 말고 차분히 인내하자. 곧 입을 벌릴 조개 사이로 맛있는 육수가 흘러나올 테니.

🔖139. 대화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나와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생각. 이 사람과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쌓아도 이야기가 걷돌기만 할 뿐 영혼이 가까워질 순 없겠다는 판단. 이렇게 '내 사람'이 되지 못할 바엔 체력을 아껴야겠다는 계산만 부쩍 빨라진다.

🔖169. 최선을 다한다고 영원할 수 없는 게 사랑이고 관계임을 알지만, 나는 언제나 그 모든 것들이 영원할 거라 철석같이 믿었다. 부서질 걸 알면서도 과감하게 뛰어드는 대신 영원히 부서지지 않으리라 믿으며 태평하게 구는 건 얼마나 한심한 일이었던가.

🔖201. 1만 1천 원어치가 나에게 적당하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나는 온갖 재료를 쑤셔 넣어왔다. 맞지 않는 자리임에도 꾸역꾸역 참석해서 뒤탈을 만들었고, 결이 다른 사람이었음에도 인내했다. 지지부진한 처지에 그놈의 인맥이 대체 뭐라고! 좋아하지도 않는 재료들끼리 한데 넣고 팔팔 끓였다 얼얼한 매움에 눈물만 쏙 뺐을 뿐, 결국 남는 건 행복한 포만감이 아닌 복통이었다.

#원도 #눈물대신라면 #빅피시 @bigfish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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