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시코쿠
까리 2025/10/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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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같은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시코쿠 불교 순례길! 난 이 책으로 시코쿠라는 지명 이름도 처음 알았다. 당연히 불교 순례길 역시 낯선 만남이었고. 1200년 전 진언종 창시자인 코보 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시코쿠의 4개 현(도쿠시마, 고치, 에히메, 카가와)에 위치해 있는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길.
다정하고 화목한 그들의 순례를 함께 하며 마음이 참 따뜻하고 포근해졌다. '순례와 산책의 차이는 뭘까?'라는 작가의 물음에 나도 생각 많은 며칠을 보냈다. 다 큰 아들과 소녀 같은 엄마는 이미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다녀 왔고 시간이 흐른 후 그리움과 아쉬움을 안고 다시 순례길에 오르게 된 것이 바로 시코쿠 순례길이었단다.
짧은 지식으로 나 역시 오로지 두 발로만 한 번에 모든 일정을 끝내야 순례자라고 여겼던 것도 같은데 도보뿐 아니라 자전거, 자동차와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것 역시 순례라는 넓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마음가짐 아닐까. 내가 매일 다니는 동네 골목 역시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순례의 길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건강이 여의치 않을 때도 꼭 해내고 싶은 일정이 있다면 교통수단의 힘을 빌려도 괜찮다. 협소했던 내 마음의 작은 구멍을 내어준 책.
덤으로 엄마와 다 큰 아들의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누구에게로 향하는 지 모를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심도 일었다. 돈독한 서로의 관계에서 오는 엄마의 깊은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힘이 느껴졌다.
한 현을 한 계절씩 나누어 네 개의 계절동안 네 개의 현을 돌며 시코쿠 순례를 마친 그들이 괜히 든든했다. 나도 함께 한 것 같이 자랑스러웠고. 당장의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훌쩍 떠나긴 힘들지만 오늘부터라도 늘상 다니는 길목의 걸음을 조금씩 늘려 조금은 무게 있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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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선배가 어떻게 소수 언어를 지켜 가며 사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다. 관심과 애정이다. 아끼는 것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주춤거리지 않는 행동, 조금 먼 거리일지라도, 시간이 걸릴지라도 움직이고 보는 몸과 마음.
🔖66. 순례자와 산책자가 만났다. 순례자 같은 산책자와 산책자 같은 순례자. 산책과 순례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내가 오늘 걷고 있는 이 고행길이 산책길일 수도, 방산시장에서 을지로4가로 걷는 그 길이 순례길일지도.
🔖71. 두 발로만 순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버스, 휠체어, 침대 등 어떤 보조 도구를 이용해서도 순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많이 바꾼다. 전세버스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니는 패키지 상품을 비판했던 내가 떠올랐다. 잘 걸을 수 있음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잘 걷지 못해도 당연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165. 어설프지만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들, 완벽하지 않아도 즐겁게 도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언제 드러내야 할지 아는 사람들. 그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무엇도 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도 즐겁고 어설프게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메 들어왔다.
#원대한 #엄마는시코쿠 #황금시간 @goldentim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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