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
까리 2025/10/0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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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필적 고의
- 기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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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09-18
: 215
멋진 직업과 완벽한 남자친구, 결혼까지 앞두고 있는 현주에게 익명의 번호로 온 연락. 11년 전 퍼펙트 호프 화재 사건이 담긴 사진 한 장. 그 사진 한 장으로 현주의 기억은 과거로 거슬러 간다. 호프집 화재 사건으로 현주의 의붓 여동생 유미는 죽었고, 유미의 죽음으로 자신의 어둡고 구질구질했던 인생이 조금은 환한 길의 시작점이 되는 계기가 되어주긴 했다.
예쁘고 똑똑한 현주는 시궁창 같은 인생을 반드시 벗어나고자 한다. 학창시절 변변치 못한 행색의 아저씨가 자기보다 두 살 어린 여자아이를 데리고 대뜸 새아버지 자리로 들어오게 된 게 죽을 만큼 싫었다. 눈치 없고 애정결핍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유미도. 그런 사람들을 가족이랍시고 데려온 엄마까지 싫다.
공부에 몰두해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입학금이 없던 그 시점에 새아버지가 유미 학원 등록을 부탁하며 현금카드를 주었고, 카드에 들었던 현금에 순간 탐이 났던 현주는 위험한 공간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미를 호프집으로 보냈고 마침 그 날 화재 사건으로 유미는 죽었다. 기사로 유미의 죽음을 확인한 현주는 현금카드를 자신의 대학 입학금으로 쓰기 위해 미련없이 동네를 떠난다. 동생의 죽음 따위 약간의 죄책감은 들었지만 조금도 슬픈 마음은 들지 않았다.
이제 눈부신 미래만이 현주 앞에 기다리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어 읽는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책의 제목은 겉으로 봤을 땐 현주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지만 안전하지 않은 시설이라고 해서 마침 그날 사고가 난 게, 유미가 목숨을 잃은 게 오로지 현주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고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진짜 해당 되는 걸까?
책을 읽으며 과거의 기억에서 '그때 이러지 않았다면', ' 저때는 이렇게 했다면'을 끝없이 되뇌고 고통스러워하는 현주의 모습에 숨이 막히게 답답하기도 했다가 현주를 고통에 빠지게 내버려둔 그 아이는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되묻고 싶어졌다. 현주가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현주의 죄를 부풀리고 과장하여 자신이 덮어 뒀던 진실을 '너의 행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알릴 기회가 없었던' 거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그 아이의 모습에 너무 어의가 없었다.
하나의 상황에서도 사실은 여러가지 숨은 이익 관계가 있을 수 있고, 그걸 자신만의 방향에서만 판단하는 게 완벽한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 잘 알겠는데 이야기가 돌아가는 낌새가 속 답답하고 마음에 들진 않았다. "니가 더 나빠 이년아"라고 해주고 싶었다ㅋㅋㅋ 다 읽고 나면 모두가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던 나쁜년놈들 뿐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조금 피폐해진 것도 같아... 하지만 빠져들 듯 순식간에 읽어 내려 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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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왜 있잖아, 진실이란 건 항상 모르느니만 못하다는 거. 그래서 사람들은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하다는 말을 하고 살잖아. 사실 우리는 다 속고 사는 게 아닐까? 그걸 깨닫기 전까지 속았다는 걸 모를 뿐이지.
#기윤슬 #미필적고의 #한끼 #오팬하우스 @hanki_books @ofanhouse.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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